도발적이다. 새롭고 낯설다.
일본 문학을 안다 말하기도 어려운 독서 이력이지만, 이렇게 "낯선" 경험은 새롭다. 전후 일본 문학처럼 한자어가 난무하고 현학적이지 않다. 오히려, 영국 문학처럼 자유로우며, 현대 영미 문학과 같이 묘사가 구체적이다.
그 근본을 굳이 찾는다면 작가의 이력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유럽에서 문학을 공부하였다는 점. 이미 작가는 독일어와 일본어, 이중언어로 작품을 쓰기로 유명하다.
'헌등사'는 단편 묶음이며, 그 첫번째 작품인 '헌등사'는 제목에서 아무것도 느껴지는 바가 없었다. 책을 끝까지 읽고 찾아보고 나서야, '통신사'처럼 외국으로 보내는 사절단과 유사한 의미라는 것을 이해했다. 오히려 제목을 통해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바가 없어 편견과 예상 없이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이 단편은 제목만큼 독창적인 상상의 산물이다.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의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 원전. 대지진과 원전 사고 이후에 쇄국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이라니. 근현대를 몸소 겪은 우리 입장에선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서양 문화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인 아시아 국가이자, 동아시아 패권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한 일본이 쇄국이라니. 누가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도발적이다. 작가는 쉬지 않고 톡톡 쏜다. 난해하다. '의식의 흐름' 기법이란 거창한 표현을 쓰지 않아도, 작가는 개연성 보단 떠오르는 생각을 서술한다. 그만큼 한번에 읽어 나가기 어렵다. 무엇보다, 일본의 근현대 세대를 조망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이해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렵다. 일본어라곤 아리가또 밖에 모르는 나에게 일본어 표현과 일본어 유희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주석을 보아도 영미 문학처럼 마음 속으로 직관적인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솔직히, 추천하긴 어려운 책이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숨쉬듯 비꼬는 작가의 필력은 놀랍다. 하지만, 아무런 일본에 대한 지식과 배경이 없다면, 읽고 나서 남는 건 찝찝함 뿐. 도발적이고 새롭고 낯설지만 누군가에게 쉽게 추천하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