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한 여성의 기억과 상처를 조명하며 우리의 역사와 기억, 트라우마에 대한 치열한 질문을 던지는 내용으로 단순히 소설을 넘어 인간 존재와 폭력, 그리고 애도의 문제를 섬세하게 다루며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이 소설은 소설의 주인공인 경하와 인선 그리고 인선의 어머니가 얽혀 있는 서사를 통해 4.3 사건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이 소설에서의 폭력은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 제주 4.3 사건 당시 자행된 국가 폭력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역사적 비극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이 소설에서 단순한 자료적 나열이 아닌 주인공들의 내면을 깊이 사고 들어 역사적 참상과 인간적인 감정을 정교하게 엮어내었는데, 소설의 제목에서도 이별을 거부하는 의미를 담고 있듯이, 소설 속 인물들은 과거와 완전히 이별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인선의 어머니가 겪은 고통과 생존의 과정, 그리고 한 개인과 남겨져 살아가는 가족들에게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 낱낱이 보여주며 이들이 겪은 고통과 생존의 문제,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제주 4.3 사건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풀어내면서 단순히 상처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았다. 특히 국가 폭력이 평범한 가정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며 국가 폭력이 주장하는 정당성을 무력화 시키고 남아있는 우리에게 윤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깨우쳐 준다 생각했다.
채식주의자로 처음 접했던 한강의 소설은 조금의 거부감이 있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 소설 또한 한강 특유의 시적인 문체와 절제된 감정 표현이 조금 멀고 어렵게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제주 4.3 사건 역사를 배경으로 한 내용으로써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주고,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해주며,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며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애도하고 치유할 수 있는 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