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퍼레이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리즈물로 형사 구사나기와 물리학자인 유가와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이다. 여러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중심적으로는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가 자신의 죄를 자백하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법정에서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이런 방식을 이용해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일본의 조용한 소도시인 기쿠노라는 마을에서 사오리라는 소녀가 3년 전 실종된 뒤,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된다.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하스누마라는 남자로, 그는 과거에도 다른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으나 묵비권을 행사하여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 인물이다. 하스누마는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된 이후에 오히려 죽은 사오리의 부모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보상금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후 마을의 가을 축제가 벌어진 퍼레이드 날 하스누마가 자신의 방에서 질식사한 채 발견된다. 경찰은 하스누마를 죽일 만한 동기가 있는 인물들을 조사하지만 모두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어 수사는 난항을 겪는데, 이때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가 우연치 않게 사건에 뛰어들어 살인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게 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숨겨졌던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는데, 마을 사람들 중 다수가 하스누마의 죽음에 연루되어 있었다. 이들은 사법 시스템이 실현하지 못한 정의를 이루기 위해 각자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하스누마를 제거할 준비를 했고, 결국 액체질소를 이용한 밀실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에 이르게 된다. 여러 사람이 관여된 원래 계획에서 일부 빗나가긴 하지만 사오리의 재능을 알아보고 직접 가르쳤던 음악 선생님이 하스누마 죽음의 최종 범인임이 드러난다. 사오리는 뛰어난 재능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중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임신으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고 이를 반대하던 음악 선생님의 부인인 루미에 의해 우연히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당황한 루미가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하스누가마 사오리를 죽이고 시신을 은폐하고 나서 사건의 증인인 척 하며 루미를 협박하면서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이 소설은 자백하지 않는 범인이 증거 불충분으로 사법처리를 받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용해 피해 보상까지 받는 등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리고 범인의 침묵과는 상반되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를 벌주기 위해 침묵하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순히 살인 사건에 대한 추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삶에 깊숙히 관여하여 그 사람의 살아온 삶이라던지 감정 등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서술해서 많은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