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여신> 독후감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주로 살인사건을 다루는 추리소설의 대가인데, ⌜녹나무의 여신⌟은 그의 기존 작품들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작품이었다. 날카로운 추리보다는 사람의 심리와 휴머니즘에 중점을 맞춘 따듯한 느낌의 작품으로, 정말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이 맞는지 다시 확인할 정도였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를 즐기는 작가의 특성 때문에 소설을 읽으면서도 내내 작중 등장인물이 언제 뒤통수를 칠지(?) 끊임없이 의심했는데, 알고보니 모두가 나름대로 착한 사람이었던 것이 반전 아닌 반전이었다.
이야기는 기적을 일으키는 신비로운 녹나무를 중심으로 하여 전개된다. 신비로운 녹나무 앞에서 초를 켜고 간절한 마음으로 염원을 하면, 다른 사람이 수념이라는 행위를 통해 녹나무에 새겨진 염원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누군가 염원을 새기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개념은 생소했다. 처음에는 이런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해서 시큰둥하게 받아들였지만, 단순히 염원의 내용을 알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 감각적인 경험까지 그대로 전해진다는 것을 읽고 신기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맛이나 냄새까지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전달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야말로 여신같은 힘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은 녹나무 파수꾼과 녹나무의 신비한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엮이게 되며 생기는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녹나무 파수꾼은 원래 타인의 염원 의식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주인공 레이토는 고민 끝에 원칙을 깨고 타인의 삶에 개입하며 그들을 돕는다. 그리고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고 기쁨을 나누며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간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희망이, 또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며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의 상처까지 돌아보게 된다. 신비로운 녹나무를 매개로 생긴 인연 덕분에 서로 상처를 치유받고 살아갈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이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