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근이라는 책은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초기 시절 쓴 소설로 다른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은 편이다. 초등학교 비상근 기간제 교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소설은 6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에 2개의 추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주인공이 임시 부임한 학교 체육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현장에 한자로 6 곱하기 3이라는 표시가 남겨지는데 그 의미를 찾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이다. 결과적으로 그 표시는 범인의 일본식 이름을 한자로 음절을 나누어 쓴 것이며 이는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이해가 어려울 것 같다. 두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64분의 1인데 아이들이 프로 야구 경기에서 이긴 팀을 맞추는 도박과 관련한 이야기로 살인이 아닌 금품 도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64분의 1은 이기는 팀을 모두 맞추는 확률을 의미한다. 도박을 관리하는 아이가 그 돈을 갈취 당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교실에서 돈을 도난 당했다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세번째 이야기는 주인공이 맡은 반의 이전 담임 선생님에 대한 죽음에 대한 내용으로 짧지 않은 수학 수식이 나온다. 아이들의 마음을 얻고 싶은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번지점프를 하게 되고 줄을 묶었던 신발이 벗겨짐으로써 결국 사고를 당하는 내용이다. 교실에서 밖으로 번지 점프가 가능한 지 테스트를 하기 위해 자신의 몸무게와 같도록 쌀포대나 아령 등 물품의 무게를 계산한 식이 이야기의 제목이다. 네번째 이야기는 몰래 하는 콘테스트라는 의미의 몰콘이 제목인데, 아이들끼리 엽서로 비호감 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다섯번째 이야기인 무토타토도 첫번째 이야기와 비슷하게 일본어 표기를 가로로 쓰느냐 세로로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서 사건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내용이고 마지막 신의 물 또한 고양이의 일본어 표기와 관련한 에피소드로 길냥이를 돌보는 아이들과 이를 싫어해서 고양이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물에 독을 타는 비정한 어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여섯가지 이야기가 죽음이나 도난사건 등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다 읽은 후에 생각하니 이 책의 주인공을 감안하면 비상근이라는 제목이 어울리는데 비정근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쓴 이유가 궁금해졌다. 책 표지에 나오는 비정근의 한자 표기를 보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데 감정없이 일하는 비상근 교사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을 한마디로 표현한 지극히 객관적인 제목인 것 같다. 이 책은 작가의 다른 소설과 비교해서 사건의 내용이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어 누구에게도 부담없이 추천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