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과학책이 아니다. 저자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실존 과학자의 생애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질서라는 이름의 허상에 기대고 있는지를 짚어낸다. 조던은 평생을 바쳐 물고기를 분류했고, 그 과정을 통해 세상의 복잡함을 정리하고자 했다. 그러나 지진으로 모든 표본이 흩어졌을 때, 그는 좌절하기보단 다시 질서를 세우기 위해 움직인다. 이 장면은 인상적이었지만 동시에 의문을 던졌다. 그 집착은 정말 의미 있었을까?
저자는 조던의 삶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삶도 투영한다. 저자 역시 개인적인 혼란 속에서 조던의 이야기와 마주하고, 우리가 믿는 세계의 체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고찰한다. 밀러는 그 혼돈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한다. 결국 이 책은 과학자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불확실성에 대한 철학적 탐색이다.
읽는 내내 나는 내 삶의 기준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나 역시 안정된 체계를 선호하고, 불확실성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질서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혼돈 속에서도 자신만의 기준과 방향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진짜 질서라는 메시지가 진하게 남았다.
또한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과학자의 이야기를 단순히 위인전처럼 그리지 않고, 그 안에 존재하는 위험성과 편향을 함께 조명했다는 점이다. 조던은 질서를 좇는 데 몰두하면서도, 사회적 우생학이라는 위험한 이념을 전파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 양면성을 외면하지 않는다. 완벽한 인물은 없으며, 그 누구도 혼돈을 완벽히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다시 점검하게 되었고, 더 이상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30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삶에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요구하게 되었지만, 이 책은 나에게 그러한 기대가 얼마나 허약한지, 그리고 그 허약함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성숙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시도보다, 혼돈을 전제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태도가 더 강하고 유연하다는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다. 과학적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이 책은 결국 내면을 향한 성찰의 여정을 안내해주었고, 나를 조금 더 유연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고 느낀다.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삶에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것이 두렵지만은 않다. 질서를 추구하는 삶보다, 의미를 찾는 삶이 더 깊고 단단하다는 걸 이 책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혼란은 피할 수 없고, 무언가를 정의내리려는 시도는 종종 실패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지 물고기의 분류를 넘어,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정의하는지를 되묻는 책이었다. 내가 이 책을 덮으며 가장 크게 느낀 건, 변화와 불확실성 앞에서 움츠러들지 말자는 다짐이다. 이제는 더 유연하게, 더 깊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