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의 7일> 독후감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을 출간 순서에 상관없이 잡히는대로 읽다보면, 유선으로 된 집 전화기를 사용하던 시절부터 AI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현재까지 매 작품마다 크게 차이나는 시대적 배경의 차이에 출간일을 새삼 다시 보게 된다. 시대적 배경이 작품마다 크게 다른 것은 그만큼 오랜 시간 꾸준히 책을 집필하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40년 넘는 세월동안 롱런하며 매번 히트작을 내놓는 그의 능력은 언제나 존경스럽다.
[마녀와의 7일]은 비교적 최근에 발간된 작품으로, AI의 사용이 각 분야에서 흔해졌다는 시대적 배경은 작가가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며 현시점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을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인간의 두뇌보다 빠르고 정확하다고 신뢰받는 인공지능이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대에, 인공지능은 인간의 능력을 모든 부분에서 능가하는가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아니, 철학보다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믿음과 희망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 수도 있겠다.
‘마녀’라고 불리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여성 ‘우하라 마도카’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능력을 펼쳐 살인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고 사건 해결에 크게 기여한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며 형사사건의 수사 역시 인공지능에게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실마리를 찾기 힘든 사건에 순수히 인간의 능력만으로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에서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희망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우하라 마도카는 인간에게 한계를 두지 말고 모든 것을 남이 정해준대로가 아닌 스스로의 신념으로 판단하라고 말하며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흔들리지 않는 신념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친다. 단순한 보고서 작성부터 작곡, 작화 등 예술의 영역, 심지어는 선거의 투표 결과 예측까지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진 요즘, 스스로 인공지능보다 못함을 인정하고 한계를 두는 사람들이 늘어난 현대인에게 일침을 가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작품의 주인공을 아직 어린 중학생으로 설정한 이유는, 청소년이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우하라 마도카가 어린 주인공을 향해 인간에게 한계를 두지 말라고 일침을 가한 이유는, 작가가 아직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청소년들이 스스로에게 한계를 설정하고 정해진 선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모든 인간은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청소년들이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녀와의 7일]이 단편작인 줄 알았는데, 책에 대해 검색해보니 ‘라플라스의 마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작에는 더 어렸던 우하라 마도카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는데, 이 캐릭터가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전작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