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이처럼 300 쪽도 안 되는 적은 분량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잠을 못 드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아 하루에 다 읽었으니까. 그런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우선 고대사와 중세사는 수박 겉핥기 수준도 안 되는 너무 피상적인 내용이 문제다. 100여 쪽에 불과한 분량으로 유럽의 고대 역사와 중국의 고대사, 동로마제국의 역사는 물론이고 십자군 전쟁까지 설명하고 있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몇가지 눈에 띄는 것은, 도표를 만들어 독자의 이해를 도운 것인데, 예를 들면 로마 황제들이 시행했던 정책들을 인물에 따라 표로 정리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까지 알려준 것은 로마 역사 전체를 쉽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근세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크게 달라진다. 중국의 몽골과 명나라, 청나라, 대만에 관한 이야기는 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준다. 합스부르크 가문과 유럽 전체의 역사는 복잡한 혼맥으로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이점을 중시하여 도표로써 설명하는 친절함을 발휘한다. 특히 영국과 러시아,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일본 입장에서 그 나라들과 맺었던 여러 조약과 정책에서 의외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독일과 러시아, 발칸반도에 관한 내용이 기대 이상으로 상세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아무래도 저자는 경제적 변화와 흐름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것과 전쟁이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저자는 특히나 경제적인 면을 살펴보는 노력을 기울인다. 근대와 현대사를 잘 기술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괜찮은 것같다.
다만, 일본인의 시점에서 세계사를 바라보고 글을 작성하여 우리가 바라보는 역사의 관점과는 조금 상이한 것 같다. 우리는 사대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고대사와 중세사를 펼쳐나간다. 하지만 일본은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역사를 부정하고 싶어서일까? 로마, 유럽 등의 역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