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참혹한 현실 속에 스스로 몸을 던졌던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전개되며
각자의 상처와 고통 안에서 괴로워했던 삶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내 나이보다 겨우 몇 살 터울 형인 중학생 동호는 계엄군의 학살과 만행을 겪었고,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시작한 일에서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시신 수습에 두려움 없던 책임감과 연대 의식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소년이었다.
등장 인물들은 그날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여전히 현실 속에서 비극적인 삶을 살아내며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보아도 달라지지 않는 세상에 힘겨워한다.
동호의 죽음을 지우지 못하고 내면의 상처 속에 살아가는 은숙이 누나,
끝까지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슬픔, 상실감 속에서 무너져가며
아들의 죽음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부정하며 살아가야 했던 동호 어머니.
개인과 한 가족의 고통을 통해 감당해야 했던 국가 폭력의 흔적을 어머니를 통해 이야기한다.
정권에 협조하지 못해 고문을 당하고 광주의 아픔을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채 살아가는 이,
살아남았지만 무력감과 두려움 사회적 억압 속에서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역사에 비참한 희생이 다시 없도록 기억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온전히 말할 수 없고 누구도 온전히 잊지 못하는 그 시간은 우리에게 깊고도 슬픈 질문들을 남긴다.
80년 나는 국민학교에 입학하던 해였지만 한동안 학교와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해 따분했던 기억,
우리 집과 가까운 기독교 병원에서 매일 사람들이 죽어 들어와 관이 부족하다던 소문들,
아버지께서 부드럽고 두꺼운 빨간색 캐시미어 담요를 안방과 창문에 걸어서 빛이 새나가지 않게 막았던 일들,
헬기가 집 근처에서 낮게 날면서 분홍색 연막을 뿌리던 장면,
고등학생 때 울분을 삭히며 보았던 그날의 참상을 담은 전시된 사진들......
모든 것들이 점점 희미해져 가지만 그날의 기억만은 여전히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하며
며칠 후에 도래할 올해 5.18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슬퍼하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