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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와 혁명
5.0
  • 조회 241
  • 작성일 2025-06-28
  • 작성자 나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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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이상문학상 작품집

<대상 - 그 개와 혁명 (예소연)>
이 소설의 구도는 강렬하다. 주요인물은 페미니즘 운동 세대인 주인공과 민주화 세대인 그녀의 아버지다. 상황적으로는 아버지에게 암과 투병, 죽음이 찾아왔고 그 과정속에서 주인공은 아버지에 대해 점점 이해하게 된다.
소설이 처음에는 주인공이 ‘태수씨’라고 부르는 인물을 병간호하고 장례를 준비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별다른 설명 없이 ‘태수씨’를 중심으로 내용이 진행이 되다보니 처음엔 주인공과 ‘태수씨’가 연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 할머니 같은 주변 가족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내가 예상했던 인물간의 관계도가 어긋난다. 사실 이 ‘태수씨’는 주인공의 아버지다. 암 판정을 받자 고모가 철학관에서 ‘태수’라는 새 이름을 받아오게 되고 주인공을 포함한 가족들이 아버지를 새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기존의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통해, 아버지는 가장과 같은 사회적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이 되는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민주화 운동을 그만두고 가족을 지키는 것에 전념했던 아버지이지만 이제는 암투병으로 인해 먹는것, 배변하는 것 모두 보살핌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된 것 처럼 말이다. 동시에 주인공과 아버지가 부녀 관계가 아닌 동등한 인간으로 관계를 맺게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주인공이 아버지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민주화 시절의 아버지는 정의롭고 할 말은 하는 사람이었다. 민주화 운동을 위해 공장에 위장 취업하기도 하고 민주화에 자신을 내던진 인물이었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평하길 ‘모든 일에 훼방을 놓고야 마는 사람’이라 했다. 양면적인 평가지만, 불합리와 제도에 저항한다는 면에서 주인공은 아버지의 모습을 닮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오늘날 아버지의 모습은 옛날 만큼 멋지지 않게 묘사된다. 아버지가 더이상 멋지지 않게 된 원인이라면 시대와 가치관이 변한 것이 첫 번째 원인일 것이다. 두번째 원인은,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직장과 사회에 적응하러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오래 입은 것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은 할 말은 하는 성향에 의식을 갖고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 묘사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도 나이를 먹으면서 회사에서는 치고 올라오는 젊은 직원들에게 부담을 느끼는 처지가 된다. 세대와 시대의 차이로 자식이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인간 개인으로서는 비슷한 처지에 이르는 것이다.
줄거리를 좀 더 설명하자면, 이러한 구도 속에서 주인공은 아버지와 가까워져 그 동안 하지 못했던 깊은 소통을 한다. 그를 통해 아버지에 대해 더 많이 알게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그가 원했을 모습으로 장례를 치른다. 찾아오는 조문객들에게 아버지가 할 법한 말을 전해주기도 하고 종국엔 아버지가 원하던 대로 아끼던 반려견을 장례식장에 데려온다. 그러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는 것으로 소설이 마무리된다. 여기서 장례식은 제도와 형식이고 소란은 그것을 뒤집는 저항과 혁명을 뜻할 것이다. 즉,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아버지와 주인공의 공통된 바람 또는 희망이 작게나마 실현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같다.
처음에 소설을 읽을 때는 소설의 구도가 너무나도 강렬하다보니 좀 작위적이라 생각하여 재미가 줄어드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다시 내용을 돌아보니 아버지와 주인공 간의 감정은 구도를 배제하여도 일반적이고 공감이 간다는 생각이 든다.
또 관계의 양상에 대해서 덧붙이자면, 이 소설 속의 주인공과 아버지간에 부모-자식의 관계는 시간으로 말미암아 비중이 줄어든다. 하지만 부녀가 서로 닮은점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들 도와주며 우정 같은 관계가 빈 자리를 채워가는데 이 또한 공감이 가는 부분인 것 같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명작인 것 같다.

<자선 대표작 - 마음 깊은 숲(예소연)>
배경은 안드로이드가 일상화 되고 기억 조작이 가능해진 미래다. 주인공은 폐기를 앞둔 돌봄 안드로이드를 보살피는 일을 한다. 주인공과 어머니는 과거에 사고로 언니를 잃고 트라우마로 힘들어 한다. 주인공은 언니를 잃은 기억을 삭제했었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기억을 되찾는다.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일은 혼란스러웠고 일련 사건을 통해 결국 주인공은 자신 스스로를 보살피는 것을 간절히 원해왔고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우수상 - 일렉트릭 픽션(김기태)>
김기태 작가는 23년 이상문학상 작품상에서 본 소설가이다. 그때 시기적으로 아주 강렬한 주제를 다뤘던 것이 기억난다. 알고 보니 24년에도 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소설은 자기 자신의 '생활'을 지키는데 능하지만 사회적으로 약간은 소외된 남자가 주인공이다. 전력 공기업의 자회사의 협력사에 유일한 계약직으로 일한다는 설정의 주인공은 그저그런 동네의 빌라에 산다. 하지만 자신의 공간인 집은 언제나 깨끗하게 꾸미고 식사도 규칙적이고 영양가 있게 만들어 먹는다.
그가 은은히 일상에 소외감을 느끼고 권태를 느낄 무렵, 일렉트릭 기타를 구매하고 취미 생활을 시작한다. 사람의 몸에서 신경을 통해 흐르는 전기와 일렉트릭 기타의 전기, 사람 간에 흐르는 전기 등 전기라는 소재가 소설 전반에 활용되며 늘 잔잔하던 주인공의 심장이 뛰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조금은 흔한 설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현재의 시대감과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한 소설인 것 같다.

<우수상 - 허리케인 나이트(문지혁)>
주인공과 주인공이 다녔던 외국어고등학교의 동창생 피터가 주요 인물이다. 주인공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났지만 피터는 늘 여유가 있었다. 피터는 고등학교 때부터 롤렉스 시계를 차고 다녔고 시계를 도난당해도 대수롭지 않을 정도였다. 그 둘은 뉴욕에서 다시 만난다. 허리케인이 심하게 불던 날 주인공의 집에 빗물이 들이차게 되고 주인공은 피터의 펜트하우스로 피신을 간다. 주인공이 피터의 집에서 피신해 있으며 과거를 조금씩 회상하는 것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피터의 집에 있는 동안 부유하고 넉넉한 피터의 모습이 부각되면서도 시종일관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은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날 허리케인이 그치고 주인공은 아침까지 잘 얻어먹고 집에 간다.
그 뒤로 주인공은 피터를 만나지 않는다. 훗날 텔레비전에서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인 사기꾼, 피터라는 사람의 뉴스를 보게 된다. 소설에서 그 피터가 주인공의 동창생 피터인지 명확히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고는 피터가 고등학교 때 잃어버린 롤렉스를 주인공이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며 소설은 끝난다.
읽는 동안은 이 소설이 피터에 관한 소설인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다시 보니 이 소설은 피터가 되고 싶은, 혹은 피터를 은은히 질투하는 주인공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우수상 - 리틀 프라이드(서장원)>
주인공은 트랜스젠더 남성이다. 여자였다가 남자가 됐다는 말이다. 소설에는 주인공과 반대되는 인물인 오스틴이라는 남자가 나온다. 둘은 빈티지 의류를 거래하는 스타트업 기업의 직원이다. 오스틴은 홍보팀 직원으로, 말도 잘하고 인기도 좋다. 옷을 보는 안목도 높아서 사내 홍보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오스틴의 유튜브는 인기가 많아 회사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유튜브에 출연한 일반인 여성과의 부적절한 일로 오스틴은 징계를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오스틴은 페미니스트 여성을 무시하는 말을 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구조적으로 오스틴과 주인공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주인공에게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여자친구는 소설 중 배려심이 많은 인물로 나온다. 트랜스젠더인 주인공을 이해해 주기 위해 늘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정작 주인공은 본인의 정체성에서 기인하는 방어기제가 자주 작동한다. 다른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은 상황도 주인공은 예민하게 해석했고 그것이 여자친구를 지치게 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둘은 헤어진다.
소설은 뒷부분에 핵심적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오스틴은 옷도 잘 입고 말도 잘하고 자신감도 넘치는 남자였지만 사실 키가 작다는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래서 오스틴은 키를 늘리는 수술을 받게 된다. 병원에서 회복중인 오스틴을 만나러간 주인공은 오스틴으로부터 서로가 비슷한 점과 공감대가 있다 말을 듣는다. 오스틴과 주인공은 스스로가 정체성을 선택하기 위해서 큰 수술을 겪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부정하지만, 혼란스러워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난다.
소설에 중간에 스타트업 기업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직원간 호칭을 영문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장은 자신을 쿠엔틴 타란티노로 불러주길 바라는데 주인공과 여자친구는 그걸 가지고 깔깔거리며 비웃는다.
결국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여자친구를 제외하면 모두 정체정을 인정받는데 각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표면적으로 주인공은 법률적인 남성이 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사실 그 원인은 자기 자신이거나 자기 자신으로 부터 기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은 정체성에 대한 주장과 그것이 완성되는데 필요한 것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우수작 -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정기현)>
주인공 ‘기은’은 거여동에 살고 있으며 어떤 이유인지는 안나오지만 일을 잠시 쉬고 있다. 주인공의 주요 일과는 교회에 나가는 것이다. 평일의 교회에는 아이들만 가득한데 어른은 주인공과 ‘준영’이라는 남자 뿐인것 같다.
거여동은 서울의 외곽에 있는 동네다. 거여동은 조용한 도시다. 소설속에는 젊은 사람의 활력이 거의 묘사되지 않는다. 오직 주인공과 준영만이 젊은 사람으로 등장한다. 도시의 위로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지나고 있으며 여기저기에 김병철이라는 사람을 저주하는 낙서가 남아 있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소소한 이벤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결말까지도 잔잔하게 마무리 된다. 낙서의 비밀도 밝혀지지만 다소간 잔잔하게 넘어간다. 그러는 중에, 잔잔하고 소소한 주인공의 삶과 마음속에서 어느새 준영의 자리가 생겨 나는 소설이다.

<우수작 - 구아나 (최민우)>
주인공은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직장을 다니고 있고 주인공은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다. 둘은 역세권의 빌라에 살고 있다. 오래된 연식에 환경이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둘의 예상으로 역세권에 살려면 어쩔수 없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주인공은 집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역세권에 살 필요가 그다지 없다. 집은 여자친구가 전세로 얻은집이고 여자친구의 집에 주인공이 살림을 합치는 식으로 같이 살게 되었다. 이 집, 공동체에 주인공은 이런 식으로 약간은 수동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좋다. 남들이 욕하는 영화도 주인공은 즐겁게 보는 것처럼 주인공은 현실에 쉽게 만족하는 존재다.
어느날 그런 두 사람의 집에 여자친구의 오빠가 찾아오기로 한다. 여자친구의 오빠는 다분히 현실의 성인 남성이자 가장이자 사업가로 등장한다. 주인공의 집에 찾아 올 때 어디에 주차해야 하는지 알아서 미리 알아보고 온다거나, 찾아와서도 주인공에게 무슨 차를 타는지 물어본다거나, 전기차시대에 대해 전망한다거나 지극히 실용적이고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참고로 여자친구의 오빠가 무슨차를 타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주인공은 하이브리드 경차를 탄다고 답한다. 사실 시중에 하이브리드 경차는 없다. 차가 없는 주인공이 대충 둘러대는 거짓말을 한거다. 자동차 딜러였던 여자친구 오빠에게 바로 들통날 거짓말을 했지만 오빠는 아무말 없이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어쨌건 그런 오빠가 찾아오기 전, 여자친구는 자신들이 사는 빌라 집이 좋은 환경으로 비춰 졌으면 하는 마음에 도배와 전등 교체를 하자고 한다. 그것도 셀프로. 남자친구는 별생각 없이 같이 한다.
여자친구의 오빠가 찾아온 이유는 딸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미국에 이민가기로 결정했는데, 그전에 부모님까지 모시고 다 같이 가족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가족사진에는 3년이나 같이 만난 주인공도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가 했는데 그저 가족사진을 찍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직 결혼도 안한 주인공이 결혼 한것처럼 가족 사진을 찍자는 얘기가 주인공은 부담스럽다. 아직 사회적으로 누군가의 남편이자 가장이 될 준비가 안됐는데 자신을 떠미는 것 같아서 혼란스럽다.
그러한 연유로 주인공과 여자친구 사이가 냉랭해 질뻔 하는데, 갑자기 여자친구가 전세집의 고장난 문고리를 교체하자고 한다. 보통은 전세집의 물건을 세입자가 직접 고치는 일은 흔치 않다. 사실 도배나 전등교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사회적인 관계와 제도에 상관없이 어쨌거나 자신들의 보금자리, 주인공과 자신의 관계를 더 가꾸고 지키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오빠에게 보여주려고 벽지나 전등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들을 위한, 더 현실적인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것이다.
주인공은 여자친구와 함께 문고리를 교체하며 뿌듯해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참고로 ‘구아나’는 가상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괴수 이름인데, 소설중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은유로서 등장한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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