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 최재붕 교수의 'AI사피엔스'를 먼저 읽었다. AI사피엔스에서는 AI기술로 말미암아 사회 변화의 흐름은 가속도가 붙었는데 각종 규제로 우리가 그 변화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이 나타난다. 우리가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의 전폭적 도입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두말할 것이 없다. 교통, 금융,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고 확대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 지도 설명한다.
유발하라리의 '넥서스'의 관점에서 보자면 'AI사피엔스'의 저자는 '순진한 정보관'을 갖고 있다. '순진한 정보관'에 따르면 SNS등을 통해 정보가 많이 공유될수록 진실과 거짓을 더 잘 구별할 수 있게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AI사피엔스' 책에 SNS를 통해 가짜뉴스를 적발했던 사례가 등장했었다. 그러나 역사학자 유발하라리는 '순진한 정보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보가 많이 공유될수록 진실과 거짓을 더 잘 구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주장한다. 그 사례로 유럽에서 자행되었던 카톨릭의 마녀사냥이 사례로 등장한다. 마녀가 인육을 먹고, 아이들을 해친다는 거짓된 책 한권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녀의 존재를 믿게 된다. 빗자루를 타고 다니고 사악한 마법을 사용한다는 말도 안되는 거짓이 그 당시에는 진실이었다. 심지어 카톨릭 신부조차 마녀 '사냥'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마녀'의 존재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었다. '정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관해 두 책을 비교하며 서로 다른 관점을 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역사학자 유발하라리의 관점에서 본 AI의 등장과 확장은 매우 절망적이다. AI로 말미암아 편리성, 효율성 크게 향상되겠지만 우리의 주권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위협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특히 AI는 민주주의의 경우에는 자정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때, 일당 독재체제의 경우에는 독재자 AI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에서 AI의 의견대로 모든 상황이 흘러가는 전체주의로 기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챗GPT의 등장으로 많은 학습과 업무를 챗GPT에 의존하기 시작한 디지털세대들을 보고 있자면 유발하라리가 지적한 사항을 단순한 기우라고 볼 수 없다. 우리의 지능은 AI를 절대 넘어설 수 없다는 패배감과 AI에 대한 과도한 숭배의 태도가 우리를 AI의 깊은 늪으로 빠지게 유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발하라리의 책을 읽으며 항상 느끼는 점은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가지 제안을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기술 자본주의가 점령한 현실에서 자본적 이득을 포기하며 AI를 규제하고 민주주의의 자정장치를 강화할 수 있는 정치인이 과연 몇명이나 될 것인가? 나보다는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더욱 불안하게 느껴지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