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히가시노 게이고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를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전통적인 미스터리의 틀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 인간 심리의 복잡성과 사회적 이면을 치밀하게 녹여낸다. 제목부터 독자의 심리를 정조준한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문장은 책을 펼치기도 전에 죄책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은 단순히 범죄의 동기를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범죄를 둘러싼 인물들의 내면과 상처, 그리고 인간관계의 균열을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작품의 무대는 고급 리조트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이다. 피해자는 어느 가족 모임에 참석한 인물이며, 용의자들은 그 자리에 함께했던 가족 구성원들이다. 특이한 점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나 형사 가가 시리즈와 달리 이 작품은 화자의 시점이 독자 자신인 듯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치 독자가 실제로 용의자 중 한 사람인 것처럼, 작가는 의도적으로 독자에게 죄의식을 전가시키며 몰입하게 만든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몰입감을 극대화시키고,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독자가 도덕적 판단을 내리게끔 유도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전개 방식도 여전하다. 서서히 퍼즐을 맞추듯 진실에 다가가는 구조, 예상치 못한 반전, 그리고 마지막 장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템포.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추리보다는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였다. 특히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갈등, 질투, 오해, 외로움 같은 감정들이 치밀하게 그려져 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종종 외면하는 감정들이 이 소설에서는 사건의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만한 인간관계의 틈에서,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결과가 어떻게 피어나는지 보여준다.
읽는 내내 나는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를 쉽게 단죄할 수 없었다. 범인을 밝혀낸 순간조차, 속 시원하기보다는 묘한 씁쓸함이 남았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에 대한 물음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선다. 어쩌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누구나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냉정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며, 때로는 그 감정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비극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추리소설을 넘어선 한 편의 심리극처럼 다가왔다. 독자로서의 거리를 허물고, 사건의 공범이 된 듯한 감정을 남긴다. “나는 누군가를 죽였을까?”라는 자문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 스스로 자신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처럼 독자와의 심리적 줄다리기를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작가는 드물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단지 범죄의 진실을 밝히는 소설이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불완전함, 관계의 복잡성, 그리고 죄책감과 용서라는 보편적 감정을 깊이 있게 탐색한 작품이다. 읽고 난 뒤에도 쉽게 잊히지 않는 묵직한 여운이 남는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왜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작가인지,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