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글
1. 미하엘 엔데 소설 <<모모>>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중략)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그럼 제 가슴이 언젠가 뛰기를 멈추면 어떻게 돼요?"
"그럼, 네게 지정된 시간도 멈추게 되지. 아가, 네가 살아 온 시간, 다시 말해서 지나 온 너의 낮과 밤들, 달과 해들을 지나 되돌아간다고 말할 수도있을 게다. 너는 너의 일생을 지나 되돌아가는 게야. 언젠가 네가 그 문을 통해 들어왔던 둥근 은빛 성문에 닿을 때까지 말이지. 거기서 너는 그 문을 다시 나가게 되지."
2. 황지우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여러 작품에서 다채롭고 깊이 있는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기 때문에 따라 적다보면 내 어휘력의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평소에 잘 쓰지 않던 아름다운 단어들(의성어 등)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 단어의 쓰임을 생각해보는 연습을 통해 나중에는 따뜻하거나 세련된 문장도 구사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사할 힘도 없을 때, 여러 책을 가볍게 맛보고 싶을 때, 하루의 끝자락에 짧은 글로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책처럼 읽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