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단순한 SF 소설이 아니라 인류 문명과 철학, 과학, 존재론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제작으로 화제가 되어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이유를 읽는 내내 체감할 수 있었으며,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할 거리가 많아 여운이 있는 작품이다. 처음 부분에서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중국 현대사가 중심이 되는 듯 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나아간다. '삼체'라는 외계 문명은 예측 불가능한 삼중성 태양계 아래에서 수시로 문명이 멸망하는 불안정안 행성이다. 지구의 과학자들이 절망 끝에 삼체 문명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일부는 인류의 멸앙을 희망한다는 설정은 무척 충격적이었다. 인류는 구원받을 가치가 있는가.
이 책 속 '삼체 게임'이라는 가상현실은 독자로 하여금 고대 문명과 천문학, 물리학이 뒤섞인 퍼즐을 풀게 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과학의 원리를 접하고, 동시에 게임을 통해 현실과 허구가 섞이는 혼란 속에 빠져들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과학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메세지였다. 삼체 문명이 지구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과학의 붕괴와 혼란은 우리가 의지해온 지식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일깨운다. 작가는 단순히 외계 침공이라는 SF적 상상력을 넘어서, 인간 문명의 본질에 대해 독자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삼체 문명의 과학기술은 인류를 훨씬 능가하지만, 인간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지는 않은 점도 흥미로웠다.
우리는 문명을 유지할 자격이 있는가. 과학과 진보를 믿으며 살아가는 인간 사회는 외계의 눈으로 보았을 때 과연 이성적이고 평화로운 공동체인가. 과학과 기술의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등등.. 인류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읽는 동안 어렵고 지루한 부분들도 있었고, 복잡한 과학적 개념들이 몰입을 방해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고비를 넘고 나면 단순한 재미 이상의 것을 느끼게 된다. 2,3권의 내용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