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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5.0
  • 조회 252
  • 작성일 2025-05-07
  • 작성자 김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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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장편소설 『28』은 전염병이라는 재난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사회 시스템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는 작품이다. 정유정 특유의 강렬한 서사와 입체적인 인물 구성은 독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야기의 배경은 가상의 도시 ‘화양’으로, 어느 날 갑작스럽게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도시 전체가 고립되고 아수라장이 된다. 초기에는 단순한 ‘개 눈병’으로 알려졌던 이 질병은 점차 인간에게까지 치명적인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며, 도시는 공포와 불신으로 무너진다.

이 소설의 가장 큰 강점은 단지 전염병이라는 외부의 재난에 그치지 않고, 그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냉철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기자인 기헌, 수의사 채진, 군청 공무원 이슬기 등 주요 인물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진실을 추적하거나 감추며, 생존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한다. 특히 기헌이라는 인물은 진실 보도에 대한 집착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며, 언론의 책임이라는 주제를 떠오르게 만든다.

한편, 군청과 보건 당국의 무능한 대응과 시민들의 집단 히스테리는 우리가 실제 재난 상황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공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다름 아닌 인간 자체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공권력은 무력하고, 진실은 가려지며, 개인은 집단 속에서 갈기갈기 찢긴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위기 앞에서 얼마나 쉽게 균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28』은 단순한 장르 소설을 넘어, 인간 본성과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작품이다. 정유정은 감정의 극한을 치닫는 묘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를 통해 독자에게 단지 공포가 아니라, 그 안에서의 인간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위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공포 앞에서 연대할 수 있는가? 아니면 생존을 위해 타인을 배신할 것인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긴 여운이 남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단지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현실 속에서도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28』은 독자에게 깊은 불안과 동시에 성찰을 안긴다. 재난이라는 배경을 통해 인간을 탐구하는 이 소설은, 정유정이 왜 한국 문단에서 독보적인 이야기꾼으로 평가받는지를 다시금 증명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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