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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역사 수메르
5.0
  • 조회 199
  • 작성일 2025-08-26
  • 작성자 임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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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해 선생의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인류 문명의 기원을 향한 평생의 탐구와 집념이 응축된 역작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우리가 ‘역사’라 부르는 것이 단순한 기록이나 연대기의 나열이 아니라, 끊임없이 복원되고 해석되는 살아 있는 서사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저자는 30여 년 동안 수메르 문명 연구에 몰두하며, 특히 13년에 걸친 집필 과정에서 수천 년 전 점토판과 씨름했다. 영어 중역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수메르어와 악카드어를 해독하여 원전에 다가갔다는 점에서 그의 성취는 단순한 학문적 연구를 넘어선다. 이는 한국 최초의 수메르 문명 전문 연구자가 남긴 고유한 족적이며,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독창적인 학문적 기여라 할 만하다.
책은 기원전 6500년경 원수메르인의 정착에서부터 기원전 2004년 우르 3왕조의 몰락까지, 약 4,500년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서술한다. 기존 교과서식의 주제별 단편적 설명에서 벗어나 전쟁과 권력투쟁, 도시의 부흥과 몰락을 거대한 서사로 그려냄으로써,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과 현장감을 전달한다. 특히 에안나툼의 제국 건설, 루갈자게씨의 몰락, 사르곤의 정복, 그리고 다시금 일어난 수메르의 독립전쟁 등은 피비린내 나는 역사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본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수메르 왕명록》의 역사왜곡을 비판하며 라가쉬 필경사들의 기록을 복원한 대목이다. 기존 학설의 모순과 누락을 꼼꼼히 짚어내며, 잊혀진 도시와 인물을 다시 불러내는 저자의 노력은 단순한 학문적 집요함을 넘어선 일종의 ‘역사 정의’ 구현처럼 다가왔다. 점토판 한 줄 한 줄을 해독하며 누락된 기억을 채워 넣는 과정은, 마치 고대의 숨결을 현재로 되살리는 의식과도 같았다.
또한 이 책은 학문적 전문성과 더불어 문학적 감수성도 돋보인다. 저자는 전쟁과 피로 얼룩진 수메르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영광과 몰락을 교차시켜 보여주며, 결국 제국과 국경, 전쟁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결론으로 글을 맺는다. 이는 단순한 고대사의 복원 작업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어떤 문명을 세우고 어떤 역사를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던진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저자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이 책을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세 번의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도 병마와 싸워 원고를 탈고했고, 출간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글 한 줄, 한 장면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려준다. 저자의 헌신은 학문을 넘어선 인간적 숭고함을 보여준다.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단순한 고대사의 책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단지 과거에 묻힌 유물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정체성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수메르인들이 세운 도시, 문자, 법, 그리고 권력투쟁의 서사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여전히 문명을 세우고 무너뜨리며, 권력과 정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수메르 문명을 단순히 고대의 유산이 아니라, 우리 삶의 뿌리이자 현재를 성찰하게 하는 거울로 받아들였다. 김산해 선생이 생애를 바쳐 되살린 수메르의 이야기는, ‘최초의 역사’를 넘어 ‘현재의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었다. 우리는 과연 어떤 문명을 세우고 어떤 역사를 남길 것인가.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그 물음 앞에서 깊은 사유를 촉구하는 책이라고 생각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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