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행복은 무위(無爲) 속에 있다
<관조하는 삶>은 우리에게 <피로 사회>, <고통 없는 사회>, <리추얼의 종말> 등 많은 저서를 통해 알려진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철학적이고 예리한 메시지를 다시 한번 접해볼 수 있는 책이다.
요즘 현대인은 무언가를 더 성취해야 한다는 행위 강박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더 일하고 성과를 올리고, 또 더 많이 소비할수록 살아있다고 느끼며 , 일과 성과를 통해서만 삶의 가치를 지각한다. 또한 성과 향상을 위해 무한경쟁으로 사람들이 내몰리게 된다.
저자는 이처럼 행위의 강박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의도와 목적을 띤 활동을 멈추고(무위) 그 순간 새롭게 드러나는 세계의 참모습을 바라보라(관조)고 권한다.
우리의 삶은 무위에서 찬란함을 얻는다. 능력으로서의 무위가 없다면 우리는 그저 작동하기만 하는 기계와 다를 바 없다. 무위는 그 자체로 정신적 금식이며 금식은 치유효과를 낸다. 또한 심심함도 무위의 상태다. 잠이 신체적 이완의 정점이라면 심심함은 정신적 이완의 정점이다. 행위 강박과 성과 집착은 삶에서 안식을 빼앗고 인생을 고난으로 바꾸어 버린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함이나 게으름이 아니다. 무위는 특정한 행위를 말한다.
저자는 장자의 요리사 이야기로 '사물에 개입하는 대신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야 함'을 설명한다. 하이데거도 장자의 무위 철학에 접근한다. 하이데거의 '놔두기'는 '불가능한 것을 강제하지 않으면서 가능성을 활용하는 행위'다.
우리는 행위함으로써 역사를 만든다. 인간의 행위가 자연을 완전히 흡수하고 착취하는 역사적 시기에 이르렀다. 성찰은 행위하지 않는 능력이다. 임박한 자연 재난들 앞에서 '환경보호'는 매우 빈곤한 개념이다. 이제는 행위에 성찰을 덧붙이는 일이 필요하다. 행위과 무위의 관계는 빛과 그림자의 관계와 같다. 그림자와 빛은 서로의 조건이다. 무위 속에서 세상을 보는 눈을 관조라 하는데 현대인은 관조하지 않고 그저 행위에 몰두함으로써 행복을 빼앗기고 있다.
행위와 성과를 위한 노력은 아무리 열심히 해내도 우리를 행복한 세상으로 데려다 주지 않는다. 거기엔 존재를 채워주는 근원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행위에 중독된 삶은 우리 존재 자체를 소진시킨다. 이제 무위의 삶이 필요한 때이다. 성취 강박에 빠진 시대에 무위로 삶을 회복해가야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