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들어서니 세상 만사가 뭔가 보이지 않는 원칙에 의해 굴러가는 것 같고, 나 역시 이 굴러감 속에 함께하고 있는 미약한 존재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100세 시대라는 요즘 50대를 아직도 청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이 50은 청년이 아닌 장년이고, 자신의 인생에서 대부분의 활동을 정리할 시기라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귀밑에 하얀 머리털이 늘어나고, 체력이 조금씩 감소하는 것은 몸에도 겨울이 곧 올거라는 신호이다. 이러한 몸과 마음의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50대를 잘 보내야만 인생의 황혼을 더 잘 즐길 수 있다. 주역은 은나라 점쟁이들이 통계적으로 만들어 놓은 이론으로 '세상 만물의 전개 법칙'이다. 우주에 넘쳐 흐르는 모든 삼라만상의 근원인 태극에서 음양이 나오고, 여기서 태음, 소양, 태양, 소음의 사상이 나오며, 더 쪼개어지면 8괘, 그 밑으로 64괘가 나오는데, 세상은 바로 이 64괘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보는 것이 주역이다. 이 서로 모가 난 64괘가 서로 뭉치거나 헤어지면서 길흉이 생기게 되는데, 우리는 이러한 주역을 통해서 사주를 보고, 운수를 예측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이 전부 맞다고 할수는 없어도 주역 안에 인생의 법칙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주어진 천명이 있으며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의 천명을 완수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 천명은 하늘이 그 사람에게 부여한 것으로, 우리는 그것을 찾아서 완수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한다. 50대에는 나에게 주어진 천명을 완수했는지 나의 삶의 의미를 되돌아 보는 시기다. 20대의 격정기를 지나, 30대에 가정을 이루고, 40대에 사회적 성공을 이룬 후 50대에는 자신이 이루어놓은 것을 바탕으로 인생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그동안 이루었던 것을 잘 유지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50대는 더 이상 사회적 성장은 멈추되, 정신적 성장을 높여야 할 때다.
가을이 되면 꽃이 지고 열매를 맺어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듯 50대도 인생의 열매를 맺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나무나 풀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꽃이나 싱싱한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열매에만 집중한다. 50대 이후는 성장보다는 내적인 성장을 위해서 더욱 집중해야 하는 때이다.
정승집의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승이 죽으면 개미 새끼 한마리 안 온다라는 말은 정승이 정말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권력이나 부에 치중하여 죽어서 개만도 못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뜻한다. 50이 되면 죽음이 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고통이라는 것은 육체의 소멸과 함께 사라진다. 그러나 사람의 남긴 향기는 남아서 하늘로 올라간다. 50이라는 나이에 우리는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하여도 변치 않는 원칙을 지키고 살아야 한다.
주역의 내용을 이 책 한 권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50이라는 나이에 들어서면서 이룬 것이 없어 마음은 급해졌지만,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원칙들을 더 확고히 하고, 나눔과 베품의 습관들을 더하여 나에게 주어진 천명을 다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의 한계를 넘어 성장할 수 있도록 공부와 수련을 계속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