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마라구
갑자기 눈이 멀게 되고 그것이 전염병으로 퍼져서 삽시간에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시력을 잃게 되는 상황에 대한 소설이다. 아주 비정상적인 가정이지만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발생했을 때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을 보면 아주 말도 안 되는 가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람의 다양한 감각 중에 시력만 마비되었는데도 그것이 어떤 상황으로 이어지는지 아주 구체적이고 실감나는 표현으로 쓰여져 있었다. 책을 읽는 도중에 묘사가 너무 읽기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여러번 책 읽기를 중단했다가 다시 읽고는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물론 매일마다 범죄와 사건 사고 뉴스가 나오는 것처럼 이 세상과 사람들은 완벽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사람들의 자율적인 의식에 따라 이 사회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눈이 멀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나 인간성이 사라지고 지옥과 같은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과연 소설에서만의 가정일지 실제로도 그럴지 의문이 들었다. 소설 속에서 묘사된 폐쇄된 정신병동과 제한된 식사 배급, 눈이 안 보이는 상황, 군인들의 과잉 대응으로 인한 사망 사고 발생과 같이 극단적인 상황 속에 처해 있기는 했지만 소설 속의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도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비인간적으로 변하는 게 아닐지 두려워졌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람들 간에 예의를 차리고 웃으며 대하는 것도 결국은 먹고 살만 하니까 그렇지 전쟁 상황과 같이 나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에서는 인간성을 논할 수조차 없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2020년 이후 몇년간 전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비정상적으로 변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극단적인 상황이긴 했으나 접촉자들의 동선과 개인정보를 파헤지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데 거리낌이 없었고, 접촉자들 또한 스스로 다른 사람들에게 병을 옮기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소홀히 하는 등 전세계는 몇년 동안 비정상의 시기를 거쳐왔다.
그런 무정부적인 비상상황에서는 사람들 개개인의 선의를 기대하면서 사회가 올바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사람들 스스로가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되어 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상황을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이득을 보고자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생각도 든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그런 상황에 다시 처하게 된다면 각자도생을 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다시 정상화되려면 그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제도와 규칙을 모든 사람이 다 잘 따를 수 있도록 하여 현명하게 극복하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읽고나서 희망적이기보다는 여러 모로 더 암울해지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소설이라서 모처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는 되었지만 마냥 보람있는 독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