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의 세계와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인 가상의 세계를 넘나든다. 어떤 세계는 방을 들이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직감한다. 17살의 '나'는 16살 소녀와 첫 입맞춤을 하고 사귀었는데 소녀는 사라진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도 그 세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을 기억하는 한 , 감각을 잊지 않는 한 존재한다. 어쩌면 지독히 고통스러운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건 저마다 간직한 그 세계 때문일지 모른다.
환상 같기도 한 이 소설은 각자의 세계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애뜻하고 어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 고달픈 현실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을, 불가능한 일이라도 아예 잊고 있었던 작은 마음 같은 것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 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들.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그래서 소녀를 잊을 수 없었던 그가 그 도시를 발견하고 그곳의 도서관에서 끔을 읽는 사람이 된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림자를 버리고 두 눈에 상처를 내고도 소년이 바랐던 건 소녀를 다시 만나는 일이었으니까. 자신을 알지 못하는 소녀가 그를 위해 차를 끓이고 하루 일과가 끝나면 소녀를 바래다주며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은 살아가는 일은 소설 밖 독자에게는 불가 해 보이지만 소설 속 그에게는 설렘과 행복 그 자체였을 것이다.
도시 밖으로 함께 가자고 말하는 그림자를 혼자 돌려보내고 남은 그 앞에 펼쳐진 세계는 이전의 삶이었다. 다시 소녀가 사라진 세계였다. 그의 간절함이 부족했던 것일까. 왜 하루키는 그를 도시 밖으로 되돌려 놓은 거일까?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시골의 도서관장으로 일하게 되면서 분명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과감하게 원하는 것을 향해 나가는 사람들. 누구의 이해도 원하지 않고 필요로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과 순간 나타나는 벽을 뚫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을 때 나의 세계를 확장 시킬 수 있다.
우리는 어디에 사고 있는지 무엇으로 존재하는지?
"그래요. 이 도시에는 현재 뿐입니다. 축적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덮어 쓰이고 갱신 됩니다. 그게 지금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세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