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이게 무슨 책인지도 몰랐다. 그냥 책 표지가 예뻐서 읽고 싶었을 뿐이다. 만약 이런 내용인줄 알았다면 고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퀴어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낯설다. 내가 아는 건 홍석천이 게이인 것. 그것 말고는 딱히 아는 사실이 없다. 그만큼 무지한 것이겠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 그것은 누가 결정하는가.
영화는 누가 봐도 남들과는 다른 여자와 게이인 남자, 두 명이 친구가 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소설은 철저히 게이인 남자 영의 입장에서,그가 겪었던 친구, 가족, 연인과의 사랑에 대해 풀어낸 이야기였다.
소설은 총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단편 『재희』, 두 번째 단편인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세 번째 단편 『대도시의 사랑법』, 네 번째 단편 『늦은 우기의 바캉스』.
가족과의 갈등, 남들의 앞에 당당히 나서지 못하는 모습은 다른 퀴어 소재를 다루는 매체에서 접해왔지만,
40년 차 기독교 신자로서 암이 두 번이나 재발해 피주머니와 오줌줄을 차고도 아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며 성경 필사를 하는 엄마와
성 매개 감염증에 대한 이야기와 그럼에도 사랑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했다.
역시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역시 독서의 묘미이자 가치이고 효과라고 생각한다.
저마다 사랑에 대해 다른 생각과 정의를 내리고 있고, 그로부터 기인하는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를 사랑한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48개의 감정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인 것 같다.
서로 다름에 아파하고 그럼에도 울고 웃고 하는 모습은 성적 지향성을 떠나서 인간이라면 결국엔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걸까 싶었다.
박상영 작가의 문체가 담담한 듯 쫄깃하게 위트를 담아서 앉은 자리에서 호로록 빠르게 읽어낼 수 있었다.
다만 주인공과 그 주변 친구들의 문란한 생활에 대해서 살짝의 거부감이 남는 것은 조금 아쉬움
나이 들어서 그런가 점점 튀어나오는 유교걸의 본성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