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라고 프란츠 카프카는 말했다고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또래에 비해서는 일찍 죽음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당연히도(?) 깊게 빠져 들지는 않았고 삶의 대부분은 내가 죽는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나는 사람이고 나도 반드시 죽는다. 내가 시한부 인생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고 살고 있다면 내가 오늘 하는 결정이 많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코 죽음이라는 이슈를 차일피일 미룰 수도 없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셀리 케이건은 예일대 철학과 교수로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하버드대 마이클 센델 교수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라고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도 여러번 읽기를 시도했지만 머리 속에 드문 드문 남아 있고 정확한 이미지가 그려지지는 않는 것처럼, 이 책 죽음이란 무엇인가도 역시 몇가지 새로 안 사실과 사람들의 생각 그리고 깊이 있는 분석과 모순에 의해 조각되는 생각이나 의견이 생각날 뿐 정확한 이미지로 이 책 전체를 설명하기론 역부족이다. 아마 몇 번 정도 시도로는 한동안은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접한 것을 발판삼아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아깝지 않은 주제이기에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져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이 책의 전체 이야기는 전반부는 형이상학으로 후반부는 형이하학으로 이뤄졌다. 이 책은 철학책으로 기본적으로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최대한 이성적인 차원에서 논리적으로 접근한다. 가능한 한 합리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죽음의 본질에 대해 신중하게 다가간다. 종교적인 권위에 의존하는 증거나 주장은 제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책을 하나의 거대한 가설로 받아들여도 좋다고 한다. 이 책은 개론서로서 어떤 배경지식도 요구하지 않는 책이다. 하지만 한 페이지도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한 논리의 과정을 쭉 쫓아가다 보면, 정확히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교수는 이 책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머리말에 가까우며 풍부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출발점으로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대부분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1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삶이 끝난 후에도 삶은 계속되는가, 제2장 영혼은 존재하는가, 제3장 육체 없이 정신만 존재할 수 있는가, 제4장 영혼은 영원히 죽지 않는가, 제5장 나는 왜 내가 될 수 있는가, 제6장 나는 영혼인가 육체인가 인격인가, 제7장 죽음의 본질에 대하여, 제8장 죽음에 관한 두가지 놀라운 주장, 제9장 죽음은 나쁜 것인가, 제10장 영원한 삶에 대하여, 제11장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제12장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무거움, 제13장 죽음을 마주하고 산다는 것, 제14장 자살, 죽음의 선택인가 삶의 포기인가.
(영원한 삶에 대하여) 박탈 이론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죽음이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영생이 갈망할 만큼 가치 있는 삶이 아니며 결국 끝없는 악몽으로 드러나게 될 거라는 생각이 옳다면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은 영생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탈출구와 같은 것으로서 우리에게 오히려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이 나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죽음은 분명 우리에게 나쁜 것이다. 우리 모두는 너무 일찍 죽는 사례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
"영원히 살고 싶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젊은 여성의 지혜로운 답변이 있어 소개한다.
영원히 살지는 않을 거예요. 그럴 수 없기 때문이죠. 만약 영원히 살 수 있다면 그것을 택할 테죠. 하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비로소 우리는 죽을 수 있는 거예요. 멋진 대답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