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나가사와 선배, 그런데 선배 인생에서 행동 규범이란 건 도대체 어떤 겁니까?"
"너 들으면 웃을걸,"
"안 웃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신사지.
"자주 그래. 감정이 차올라서 울어. 괜찮아, 그건 그것대로 감정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거니까. 무서운 건 그걸 바깥으로 드러내지 못할 때야. 감정이 안에서 쌓여 점점 딱딱하게 굳어 버리는 거지. 여러 가지 감정이 뭉쳐서 몸 안에서 죽어 가는 거. 그러면 큰일이야."
"응. 언어는 하나라도 더 하는 편이 좋고, 난 선천적으로 이런 데 소질이 있으니까. 프랑스어도 독학으로 거의 완벽하게 구사하지. 게임이나 마찬가지야. 룰을 하나 알게 되면 다음에는 몇 가지를 해도 똑같아. 그거, 여자랑 똑같다니까."
그녀의 죽음을 내게 알린 사람은 물론 나가사와였다. 그는 본에서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 "하쓰미의 죽음으로 뭔가가 사라져 버렸고, 그건 참을 수 없이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어. 이런 나에게조차." 나는 그 편지를 찢어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다시는 그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다.
기즈키가 죽었을 때, 나는 그 죽음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체념하듯 몸에 익혔다. 또는 체념했다고 믿었다. 그건 바로 이런 것이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있다.'
그것은 분명 진실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키워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나오코의 죽음이 나에게 그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 1987년 발표된 후 세계적인 ‘하루키 붐’을 일으키며 저자의 문학적 성과를 널리 알린 현대 일본 문학의 대표작이다.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언어로 새롭게 번역한 이 책은 첫 만남을 추억하는 독자와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는 독자 모두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