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부로 구성된 작품으로 1, 3, 5부는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쓴 에세이고, 2부와 4부는 각기 다른 이야기의 소설이다. 고고학인가 하고 읽다 보면, 에세이로 변하고, 좀 더 페이지를 넘기면 고리타분한 구제도에 저항하는 소설로 이어지다가, 급반전을 일으키며 미스터리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인간의 숭고한 죽음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게 만든다.
첫 장을 넘기면 천으로 눈을 가린 미라 사진이 양면을 채운다. 독일 북부에서 발굴된 2,000년 전 시신 '늪지 미라'로 작가가 영감을 받은 사진이기도 하다. 토탄이란 별난 물질에 갇혀 뜻하지 않게 미라로 남은 이유를 밝히면서 1부가 시작된다.
작가는 미라에게 '에스트릴트'라는 이름을 지어주는데 이 부분이 2부 '에스트릴트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결말은 곧바로 정하지 않았다. 그저 봄날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나선 어린 여자아이를 상상해 보기로 했다.'수척해지고 너무 빨리 늙어 버리는 그저 또 한 명의 여자, 아내가 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존재로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소녀다. 그녀가 살던 시대는 여자를 하찮게 여겼다. 에스트릴트는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이에 에스트릴트는 다른 여자처럼 자신의 운명을 그냥 두지 않고 바꾸려 한다. 남자처럼 강해지려고 틈만나면 방패 훈련을 한다. 하지만 시대에 맞지 않게 진취적인 그녀는 끝내 마을 사람들에 의해 늪에 빠져 비참하게 죽는다. 그녀가 죽기 직전에 자연을 사랑하는 파라크라는 또래의 남자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묶었던 천을 주며 그녀의 눈을 가려 달라고 한다.
이어진 3부 에세이에서는 토탄층에서 미라를 최초로 발견한 시기인 1952년 세월이 흘러 최신 과학 기술인 DNA 분석, 컴퓨터단층촬영 기술 등을 이용하여 미라를 다시 분석해 보니, 여자가 아닌 남자아이 시신이라는 게 밝혀진다.
4부의 남자아이의 이름은 '파리크'다. 에스트릴트가 죽기 직전 자기의 머리를 묶고 있던 천을 그녀에게 주어 눈을 가릴 수 있게 하여 '어둠의 선물'을 준 그 소년. 파리크는 에스트릴트가 전사 훈련을 할 수 있게 방패를 구해다 주고, 훈련을 직접 돕기까지 했다. 에스트릴트와는 달리 파리크는 나약했다. 파리크는 아주 어렸을 때 고아가 되어 대장간에서 잔심부름하며 지낸다. 몸이 불편하고 병약하여 대장간의 주된 일을 할 수 없어 항상 꾸지람을 받는다. 하지만, 파리크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다. 죽은 동물의 뼈를 세심히 관찰하면서 자연의 섭리를 터득했다. 그리고 생명체에 대한 연민이 가득했다. 곧 끔찍하게 죽을 에스트릴트에게 눈을 가릴 수 있게 천을 건네준 것처럼. 그리고 점차 나약해지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숭고한 죽음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