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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5.0
  • 조회 353
  • 작성일 2024-11-28
  • 작성자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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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하는 일에도 받는 일에도 재주가 없었지만 언제나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사랑을 주고받는 것도 재능의 영역에 속한다는 일이 때론 무참하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서툰 사랑일지라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따듯하게 느껴지는 겨울이다.
총 7편의 단편 내용에는 사제관계, 직장동료, 형제, 모녀 등 다양한 관계를 다루고 있으며 그 안의 존경, 의지, 미안한, 책임감 등 여러 단어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풀어내고 있다.
그중 내 마음을 가장 매혹했던 작품은 '답신'이라는 4번째 단편작이었다.
추억이란걸 할 수도 없을 만큼 어렸을 적 떠난 엄마 대신 엄마처럼 의지하고 나를 아껴주었던 언니가 어린 나이에 15살이나 많은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여 시집을 가고, 형부라는 작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데면데면하게 지내왔던 화자에게 어느 날 큰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형부가 자신의 어린 제자와 애정행각(가스라이팅으로 당한 것으로 생각된다)하는걸 목격한 것이다. 어린 여자애가 걱정됐던 화자는 말로 잘 타이르며 만나지 말 것을 약속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신고할 거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신고로 둘의 관계는 학교에 발각되고 화자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 이 일을 알게 된 언니는 화자를 찾아와 '형부는 좋은 사람'이라며 그를 두둔하며 형부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지만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언니, 애써 모른 채 잘못을 덮고자 하는 언니에게 실망하여 이를 거절한다.
그렇게 연락이 뜸하던 중 집에 놀러 오라는 언니의 전화에 방문한 화자는 형부가 언니를 때리는 모습을 목도하고 그를 폭행하게 된다.
'답신'은 누군가의 편지에 회답하여 보내는 서신을 의미한다. 위 모든 내용은 화자가 폭행 이후 2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며 언니의 아이 즉,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에 쓴 내용이다. 그사이 재판 중 아무런 폭행을 당하지 않았다는 언니의 증언과 차가운 절연, 그로 인한 분노와 배신감에 치를 떨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 안에 감춰왔던 비겁하고 수동적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언니를 무시했던 자신의 우월감과 그를 어렴풋이 느꼈을 언니의 감정을 이해하며 그간의 얽매어왔던 모든 관계에서의 언니를 놓아주게 된다.

위 작품이 더욱 와닿았던 것은 3살 위의 언니를 가진 나의 모습을 대조하면서 화자의 감정에 동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투닥거리고 싸우기도 했지만 마음 한 켠에선 나보다 의젓한 모습에 의지하고 애정했는데 이제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한 가정의 어머니가 되어 있는 언니의 모습을 보며 '둘만의 시간과 관계에서 이제는 많이 달라졌구나 느꼈던 왠지 모를 아쉬움과 헛헛함이 떠올랐다.
또한, 언니의 아이, 조카라는 존재 자체에 가지는 사랑, 애정, 기쁨 역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나는 너를 보며 나를, 언니를 바라봤었지. 그리고 사랑했어. 네가 내 언니의 자식이기 때문에, 내가 마음껏 좋아할 수 없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토록 사랑했던 언니의 아이이기 때문에. 나는 네가 항상 안전하기를, 너에게 맞는 행복을 누리기를 바랐어. 비록 우리가 서로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한 채로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누구보다 언니를 사랑했기에 그녀의 아이인 조카를 사랑할 수 있었음을, 사랑하기 때문에 지워져야 하는 추억이란 걸 인정함을, 그럼에도 무한한 행복을 바란다는 것을 그녀는 회답 받지 못할 서신에 적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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