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학의 시초이자 최초의 서사시인 일리아스는 여러 번역본이 있으며 천병희 교수가 원전을 그대로 번역한 책이 가장 유명하다. 이 책은 미술을 전공한 김성진 교수가 서양인문학의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편역을 하게된 책인데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지 책 중간에 그림들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미술 전공자가 택한 명화들은 신화 속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이끌어 주며 나의 상상력에 힘을 보태 주었다.
나에게 신이란 전지전능한 존재인데 그리스 로마 속 신들은 그런 신의 모습과 인간의 본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실망스럽게 비치기도 했다. 어린 시절엔 이런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도 온전히 이해한 건 아니다. 신이 완벽하다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기도 하고 인간과 동떨어진 이질감으로 거부감스러운 면도 크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신화에 대한 가치를 나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에 있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이 지닌 가치는 크다. 어릴 때 동화책으로 읽은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가만히 기억해 보니 내 기억 저편엔 호머가 있었다. 그리고 일리아스보단 일리아드가 더 친숙하고 트로이아 보단 트로이가 역시나 더 친숙하다.
이 책은 현대인이 봤을때 어떻게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많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보았다면 그나마 조금은 이해가 갈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일리아스를 토대로 후에 쓰여진 책이기 때문이다. 옛 서사시기 이기도 하겠지만 지금의 풍속과는 너무도 괴리감이 있다. 남편을 내팽개치고 파리스를 따라갔지만 전세가 기울었을 때는 트로이의 성안에서 그리스군을 돕기도 하고 전남편 메넬라오스를 따라가 다시 행복하게 살았던 헬레나를 보니 정말로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다.
이 외에도 9년 동안 계속된 전쟁의 상황과 전쟁에 관여하는 올림포스의 신과 장수들의 이야기 등을 위주로 이야기는 전개가 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신들이 변덕을 부리고 고집불통에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다. 마치 인간은 신들이 부리는 바둑판의 돌과 같은 형국이다. 하지만 인간의 용기와 고민들로 가끔은 신의 영역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인간보다는 신이 더 중요해 보여지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