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미덕이란 가면을 쓴 악덕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인간의 이기심을 조명하여 인간 본성을 파헤친 작품이다. 500여개의 잠언들은 하나하나가 다 예사롭지 않다. 날카롭기가 그지 없고 틀린 말이 없어서 반박하기 힘들다. 논조를 보자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닮아 있다. 라 로슈푸코가 아마 마키아벨리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라 로슈푸코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내가 아는 것만 추려도 니체가 그렇고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도킨스도 이 사람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프로이트나 융의 심리학에 기반이 되는 뼈있는 말도 몇개 보인다. 무의식이나 그림자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는 듯한 잠언들이 보인다. <군주론>이나, <이기적 유전자>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라면 이 책도 무릎을 탁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여성에 대한 저자의 잠언들이 여성들에게 거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니체 철학 특히 여성에 대한 통찰에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더 불편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니체에도 담대하게 공감할 수 있는 현명한 여성 독자라면 이 책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글의 표면만을 보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이면을 볼 줄 아는 현명한 여성이라면 말이다. 책을 읽고 다른 블로거들의 서평을 보니 여지 없이 그런 반응들이 보여서 하는 말이다. 시대착오적이라나 뭐라나..... 나는 거꾸로 묻고 싶다. 지금이 여성의 사회 참여가 단단히 막혀 있는 그 시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저자가 말하는 여성의 본성이 지금도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면 그거야말고 여성들이 극복해야 할 본성이자 악덕이 아닌가. 라 로슈푸코의 잠언과 성찰은 인간 의식을 예리하게 파헤쳤다. 인간성의 악을 꿰뚫어보는 그의 엄숙한 응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식된 자만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 세밀한 심리 분석은 안일한 인간 해석에 대한 반증이었다. 겨두 한두 줄의 짧은 잠언에 불과하지만 라 로슈푸코는 그석으로 인간 심리를 분석했으며, 정확하게 인간성의 진실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