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누구도 알 수 없는 이러한 본질적이면서 심오한 질문에 철학과 종교는 그 나름대로 답을 내 놓는다.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가장 내 마음속에 잘 들어왔다.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면 그것이 답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은 신기루같은 환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체없는 삶, 왜냐하면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도 내가 아니고 미래의 ‘나’도 내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의 ‘나’는 ‘나’일까? 지금 이 순간이라고 말하는 순간에 지금은 이미 과거의 지금이 되어 버린다. 책을 읽다보면 ‘나’라고 하는 고정된 생각은 허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실체없는 ‘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 삶은 어떻게 변화될까? 혹자는 삶이 너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뭔가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한 해방감이 들지 않을까? 저자는 우리 삶은 꿈과 같다고 말한다. 꿈을 꿀 때는 그것이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지지만 잠에서 깨고 나면 모두 사라진다. 꿈은 본래 실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실도 그와 똑같다. 책에서 인생을 영화에 비유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스크린에서 울고 웃고 싸우고 죽이고 별짓을 다해도 스크린은 그냥 투명하게 비추고 있는 빈 배경일 뿐이다. 스크린처럼 우리의 본바탕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처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본 바탕에 온갖 감정을 요동치게 만들어 희로애락을 일으키는 것은 생각과 그로 인한 분별심이다. 자꾸만 생각함으로써 판단하고 나누는 분별하는 마음이 괴로움을 유발시킨다. 이렇게 말하면 생각과 분별심없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저자는 여기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은 진짜로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라는 고정된 실체가 없음을 인지한 상태에서 선입견을 갖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말해 준다. ‘나’라는 고정된 자아에 집착한 채 생각하고 분별심을 일으키는 것과 ‘나’라는 실체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서 생각과 분별심을 일으키는 것은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이처럼 알 듯 말 듯 역설적인 부분이 불교의 매력이자 통쾌한 반전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그래서 처음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만 사실은 ‘산도 물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치고 나서야 다시금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것을 재차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산도 물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우침에만 머문다면 그 사람은 현실세계를 살아나갈 수 없을 것이다. 산과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나서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바라 보는 산과 물은 진정한 무위행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리고 무위행을 위해서는 유위행이 필요한 법이다. 이런 상태라면 ‘하되 함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절 인연이 맞아야만 한다. 밥 한끼를 먹더라도 밥 한 공기 안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노력이 들어 있다. 따라서 인생의 어느 한 순간도 인연의 도움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따라서 자신에게 인연이 오지 않았다고해서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인연의 끈을 따라서 열심히 살면 그뿐이다. 인연이 아니라면 억지도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선의 노력은 필요하지만 몇 번 시도해보고 그게 아니라면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령 원하는 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해서 실패하면 두 번, 세 번, 더 도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안 된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좋다. 또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더라도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에서 무언가를 얻는다는 측면도 있지만,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도 실패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고 하되 함 없이 살면 세상의 실패도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성공 또한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성공도 실패도 근본적인 나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되 함 없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오히려 스트레스 없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실패가 없으니 겁날 것도 없고 성공을 위한 노력도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나에게 위로로 다가왔다.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면 일주일중에 월요일, 화요일은 기분좋게 살지만 나머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원래 상태로 돌아와 온갖 괴로움속에 살게 된다는 것이다. 스님은 설사 그렇더라도 자꾸만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깨달음은 벼락처럼 찾아와 단박에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꾸만 시도해야 하는 것 뿐이다. 실체없는 ‘나’를 자꾸만 생각하고 환영에서 벗어나 무위행의 삶을 살 수 있게끔..... 평생 돌을 산 위로 올리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처럼 우리 인간도 그런 운명속에 주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운명을 감당하다 보면 언젠가 정상위에 돌을 우뚝 세우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매일 닦아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거울처럼 우리 마음도 매일 수양해야만 한다.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며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