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나이트는 여덟가지 단편 이야기로 엮인 옴니버스 소설집이다. 옴니버스는 다양한 이야기를 맛볼 수 있어서 좋다. 트로피컬 나이트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굉장히 재밌어서 새벽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창의적인 이야기이다.
새해엔 쿠스쿠스를 제외한 모든 이야기에 아주 기발한, sf적인 요소가 포함되어있다. 그럼에도 전혀 이야기가 어렵지도 않고 이질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이야기 끝에 남는 먹먹한 느낌이 남았다. 또 대부분의 작품에서 외로움을 다루고 있었다. 괴담에 녹아있는 외로운 감정이라니 아이러니 하면서도 오히려 인상에 남는다.
유난히 인상깊에 읽은 이야기 고기와 석류 그리고 새해엔 쿠스쿠스를 이야기 해보고싶다.
‘고기와 석류’는 옥주라는 여성이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 낡은 집에 살며 간신히 살아가는데 길에서 쓰레기를 먹는 한 생명체?를 마주한다. 그 생명체는 옥주를 공격하지만 쉽게 내쫓지 않는다. 오히려 같이 살아가는 편을 선택한다. 그녀는 그 생명체와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인 석류를 나눠 먹으며 석류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옥주는 그녀가 죽었을 때 혼자일 것, 방치될 것이 두려워 석류가 자신보다 오래 살길 바란다.
자신이 죽고 나서 혼자가 될 것이라… 나도 어느 정도 혼자 사는 삶을 추구하고 있어 이 부분을 생각 해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가정을 꾸려야 하나? 라는 고민까지 해 보았지만 결론은 NO였다. 주인공 옥주처럼 가정을 꾸려도 남편이 먼저 가거나 자식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결국 가는 길은 혼자 일 것이다. 인생은 혼자라지만 막상 그런 일을 목전에 둔다면 지독하게 외로울 지도 모르겠다. 옥주라는 인물을 그 시선에서 너무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새해엔 쿠스쿠스’는 이 책에서 유일하게 비현실적인 요소가 없는 이야기였다. 사촌 지간인 유리와 연우는 어릴 적 자주 왕래하며 친하게 지냈으나 엄마들의 과도한 경쟁에 결과물이 되어야 하는 처지가 된다.결국 둘도 멀어지게 된다.
유리의 엄마는 유리를 딸 보다는 자신의 전리품 마냥 생각한다. 다니기 싫다는 학원에 보내 놓고 내가 널 위해 얼마나 투자했는데 라는 말을 일삼는다. 마지막은 사랑해 우리 딸.
글자 만으로 내가 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결국 유리는 엄마가 소개해준 학교에서 근무하다가 부당한 일을 당하고 모두 세상에 알린 후 집에 틀어박힌다. 엄마가 자신의 편이 되어줬음 했을 뿐인데 그렇지 않았다. 매사에 완벽했던 연우도 알고보니 사정이 비슷했다. 그녀도 엄마의 전리품이었던 처지.
연우는 유리에게 갑자기 자신이 모로코 라며 메세지를 보낸다. 모로코는 둘이 어린 시절 여행 다큐에서 봤던 그 곳. 쿠스쿠스를 궁금해 했었던 둘. 연우는 메세지를 지켜보다가 간다는 답변을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이해 받지 못하는 심정이 어떠할까. 그냥 고생했어.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말이면 되는 건데. 매번 어리광을 피울 수는 없겠지만 한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유리와 연우에 왠지 마음이 쓰인다. 둘이 느꼈을 진한 고립과 고독이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둘이 꼭 같이 만나서 모로코에서 해방감을 느끼며 쿠스쿠스를 먹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