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주인공 '유진'은 평범하지 않았던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집에서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
자신의 몸,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거실까지
군데군데 고여있는 피 웅덩이가 그를 맞이한다.
대체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시나리오 한 편이
쓰였다.
'유진'은 생각보다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한다.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 보이면서도,
정적인 느낌이다.
조용히 시체를 정리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시 기억을 더듬는다.
따르르르릉-
그에게 전화가 올 사람은 두 명.
이모와 그의 형제다.
그는 집 밖의 외부인들의 전화도
아주 차분하고 매끄럽게 해치운다.
시끄러운 머릿속에 비해
정적인 행동이 이어지는데..
전화를 걸기 위해 수화기를 든 순간
'유진'은 침대 사이로 떨어져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다.
긴 나무 손잡이에 찐득한 핏물이 달라붙어 있다.
아버지의 '면도 칼'이다.
.
'유진'은 어릴 때부터 약을 복용 중이다.
'리모트'라는 약물을 복용하며
가족들로부터 통제받는 삶
그런 그에게 자유란
자의로 몰래 약 복용을 멈추는 그 시간뿐이다.
작가가 표현한 '유진' 속의 '악'은
많은 순간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나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비교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하는 의문과,
어느새 읽다 보면
'응.. 그럴 수도 있기야 하겠다.' 싶을 때도.
어느 순간
'유진의 악'과 한 팀이 되어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러다 번뜩!
'그래도, 이건 아니지!' 하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아아, 이래서 모두의 마음속 '어둠의 숲'을 똑바로
바라봐야 하는 걸까?
내 마음속 '어둠의 숲'은 어디 있을까? 얼마나 클까?
얼마나 진할까.
의문이 드는 책이다.
몰입감도 뛰어나고 복선 회수도 잘 되어 있는 정말 재미있는 소설책이었습니다.
다만, 내용이 너무 끔찍하네요.
"어떻게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의 끔찍함을 가진 책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말을 인용하면
이 책 '종의 기원'은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입니다.
도덕적이고 고결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금지된 행위에 대한 환상, 잔인한 욕망과 원초적 폭력성에 대한 환상이 숨어 있습니다.
사악한 인간과 보통 인간의 차이는 음침한 욕망을 행동에 옮기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작가님이 왜 이런 끔찍하고 잔인한, 반인륜적인 책을 집필하셨을까?라는 질문에는 책의 끝에 대답이 등장합니다.
평범한 비둘기라 믿는 우리의 본성 안에도 매의 '어두운 숲'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똑바로 응시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못하면 우리 내면의 악, 타인의 악, 나아가 삶을 위협하는 포식자의 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되새김질 하며 책의 내용을 복기해도 잘 공감은 되지 않는군요. 책의 주인공인 '유진'은 태어날 때부터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남들이 웃을 때 웃지 않고 슬퍼할 때 즐거워하며 감정보다는 자신의 이익과 실리를 따지는 철저히 계산적인 사이코 패스 그 자체로 태어났습니다.
작가님의 의도대로 악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기 보다는 몰입감 있는 스릴러 소설로 읽는 것이 제 생각에는 더 바람직해 보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은 확실하므로 시간이 나면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