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기억의 도시>는 건축가인 저자 아버지의 유럽 여행 추천에도 불구하고, 2013년 대학생이던 저자가 현대 건축의 중심인 뉴욕을 먼저 방문한 것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2013년 7월 2주간의 뉴욕 여행을 통해, 뉴욕이라는 도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냥 뉴욕이라는 도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뉴욕에서 공부해보고 싶었기에 2017년 뉴욕 브루클린의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석사과정에 재학하면서 뉴욕에 살게 된다. 대학원 졸업 후 3년간 라파엘 비뇰리의 건축사무실에서 일했기에 총 4년의 뉴욕생활을 토대로 이 책을 쓴 것이다. 나 역시 작년에 석사 유학을 준비하면서 프랫 인스티튜트에 관심을 갖았기 때문인지 더욱 더 이 책의 저자가 친근하게 다가 왔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뉴암스테르담부터 현재의 초고층 빌딩까지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건축적 탐구를 하고 있는 반면, 2장은 뉴욕만의 독특한 건축양식을 토대로 뉴요커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논한다. 3장에서는 뉴욕의 상점과 소비 문화를 관찰하면서 뉴요커들이 공간과 건축을 수익화하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는 너무나 아름답게 촬영된 뉴욕의 고층건물과 공원, 각종 랜드마크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뉴욕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한국의 건물들이 기능적으로 분리되어 있음을 예시로 드는데, 한국의 통 상가 건물과 아파트 단지 중앙에 별동으로 건설된 상가건물을 지적하며 이와 같은 건축으로는 사람들이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 수 없다고 일갈한다. 뉴욕의 거리 모습이 1층에만 상가가 있고, (2층에 상가가 있는 경우도 드물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 2층부터는 주거와 업무 시설들이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걷는 내내 아름다운 상점을 보면서 걷고 싶은 거리가 조성된다고 주장한다. 마침 최근에 유명 부동산 유투버가 한국의 건물에 대해 "서울에 살고 싶은 수 많은 사람들의 거주 욕구 충족", "목적"에 충실한 건축, 기능성만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에 유투버의 (부정적 의미로의) 영향력에 대해 다소 우려했던 터라, 이와 정 반대의 건축가인 저자의 시선을 보니 한국에서 더 많은 토론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거주하는 사람, 이용하는 사람의 편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상과 당위에 의한 설계를 고집하는 건축가와 물질만능과 배금주의, 그리고 현실과만 타협하기에 아름답지 못한 한국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시민들(그러면서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기 위해 유럽 여행을 간다.), 양극단의 목소리를 서로 토론하는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