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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세계문학전집 61)
5.0
  • 조회 422
  • 작성일 2024-12-09
  • 작성자 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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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이라는 제목처럼 책 표지는 싸늘하지만 아름답고, 쓸쓸하지만 묘한 따뜻함을 내비치었다. 처음부터 하얀 눈이 덮인 조용한 벌판을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이 어떤 아름다움을 선사할까 기대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이 문장은 설국이라는 책을 아는 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가장 첫 문장이기도 하고 정말 아름다운 문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고장은 사람이 많이 사는 지방이나 지역을 뜻하고 눈은 주로 쓸쓸하고 차가운 느낌을 주는데 이 둘의 온도가 무척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단순히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글의 저자인 야스나리는 20년 안에 자신의 친부모, 조부모 모두가 사망하는 비참한 삶을 맞이했다. 그의 일생과 이 문장을 비추어 보았을 때 이 문장은 사람과 사랑, 함께라는 따스함의 허무와 쓸쓸함을 표현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도 주인공인 시마무라는 계속해서 허무를 언급하기도 하였고 설국이라는 차가운 배경이 지속되는 흰 벌판 가운데 사랑이라는 붉은 꽃이 피어난 것으로 보아 그는 모든 것은 허무할 뿐이라는 것을 아름다운 표현으로 설명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침착한 허무의 감정에 자주 빠져들었다. 책을 읽기 전엔 허무라는 감정은 마냥 비관적이고 쓸모없는 감정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허무가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영원하지 않기에 허무하다. 하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즉 인생은 허무하기에 아름답다. 이것처럼 말이다. 또한 책의 배경이 차가운 겨울이었던 것처럼 모든 것의 배경은 허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행복, 슬픔, 쓸쓸함 같은 다양한 감정이 있는 것처럼 허무도 분명히 실존하고 모두의 마음속에 들어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감정을 애써 외면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이 감정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허무를 느끼는 사람들도 그 무가치성을 느끼고 그것을 바로 놓아버리지 않는다. 사랑에 허무를 느끼면서도 끝까지 사랑을 했던 시마무라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마냥 허무라는 감정을 비극적이고 나쁘게만 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때론 이런 허무라는 감정을 느끼고 가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일어설 수도 있고, 때론 허무라는 차갑지만 차분한 감정 속에서 편안함과 위로를 느낄 수도 있다. 허무는 사실은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척을 하고 있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 하지만 허무라는 감정에 잘못 현혹된다면 나 자신조차도 허무라는 흰 눈으로 덮어버릴 수 있기에 허무의 아름다움을 너무 깊이는 들여다보지는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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