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은 총 17편의 에피소드가 있고 각 에피소드는 모두 주인공 안진진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모순의 주인공은
25세의 미혼 여성인 안진진이다.
시장에서 내복을 팔고 있는 억척스런 어머니와 행방불명 상태로 떠돌다 가끔씩 귀가하는 아버지, 그리고 조폭의 보스가 인생의 꿈인
남동생이 가족이다. 여기에 소설의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이모는 주인공 안진진의 어머니와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 났지만 인생행로는
사뭇 다르다. 부유한 이모는 지루한 삶에 진력을 내고 있고 가난한 어머니는 처리해야 할 불행들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주인공 안진진은 극단으로 나뉜 어머니와 미모의 삶을 바로 보며 모순투성이인 이 삶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챕터인 장편소설이 모두 끝난 에피소드 17 뒤에 작가는 "이 소설은 아주 천천히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모순을 쓰면서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사람이 전부 '첫 독자'이길 꿈꾸었다"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소설을 읽으면 더 몰입 되고 자신의 생각을
무한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순은 사전적으로는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 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소설에서는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 같은 반대어들이 각 인물에게 상징적으로 쓰여져 있다. 이 소설에서는 이 복합어들의 의미가 한 끗 차이라는 것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이모의 삶은 누가 봐도 행복과 풍요로 가득 차 있지만 이모는 생기 있고 항상 해결해야 할 일들로 가득찬
어머니의 삶을 부러워 하고 스스로를 무덤 속 같은 평온 같은 불행한 삶이라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각 이물의 삶과 감정이 너무나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가끔은 불편했지만 완독한 후엔 이 문체여서 더 먹먹했고 더 몰입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용기를 잃고 주저 앉은 사람들에게 무언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실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모순으로 얽힌 이 삶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라는 내용의 작가 노트 글귀가 쏘옥 들어온다.
십여여만에 접한 소설인데 모순은 오래오래 꺼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이 정도로 몰입감이 있고 흡인력 있는 정말 괜잖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