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크누트 함순은 노르웨이 작가로서 뵈른손에 이어 192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밑바닥을 체험한 그는 모든 사회적 구속으로부터 해방과 자연의 느낌을 찬양하는 소설들을 쓴 작가로 알려져 있다.
본 서는 작가의 자서전적 소설이다. 원래 고생스런 생활을 해온 작가의 체험이 리얼한 필치로 표현되어 있다. 주인공은 그렇게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구겨지지 않는 선량한 인간,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큼 순수한 선량함을 간직한 사람이다. 그는 영혼을 상실한 현대의 도시 문명 속에서 평형을 잃은 채 크리스티아나(노르웨이 수도로 지금의 오슬로) 거리를 정처없이 방황한다. 심한 굶주림의 압박에 자기 정신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투쟁을 해나가다 결국 외국의 배를 타고 조국에서 도망친다.
가난한 문학 청년의 희망없는 삶을 사소설적 형식에 담은 이 작품은 입센, 비에른손, 리,켈란 등의 작가들이 구축해 놓은 19세기 노르웨이 문학의사실주의를 강한 낭만주의 정신으로 전복시키며 노르웨이 문학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빈민층을 묘사했거나 시회비평적인 것이 아니라 주인공 개인의 굶주림 자체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맨 끝에 가서 주인공이 선원으로 취직될 때까지 이렇다하게 스토리 전개도 없는 이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도 몹시 배고파지는 특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주인공이 정육점에 가서 개를 주려한다고 말하고 뼈다귀를 얻은 다음 그 뼈다귀에 약간 붙어있는 살점을 날로 뜯어먹는 장면에 이르러 나는 환장하는 줄 알았다. 곧 쓸데없는 오기를 내던지고 문전박대 할 것 같지 않은 동포에게 전화를 걸어 밥을 얻어먹으러 가고 말았다.' 고 했다
그런데 '굶주림은 필요와 위엄 사이의 간극을 벌리고, 환각 효과마저 가져오는 광란을 일으킨다.'라는 명언 문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는 굶주림으로 인하여 완전히 광기에 이르렀다', '단 한 가지 난처한 일은 음식물에 대한 혐오감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배가 고픈 것이었다, 잔인하도록 배가 고팠다, 내 염치없는 식욕이 어떻게 끝날지 나는 알고 있었다' 등등 세부적인 묘사가 압권이었다.
본 소설은 '굶주림, 거짓말, 구토 , 글쓰기'에 대한 간단하고 반복적인 이야기인데 뭔가 칙칙하고 불편하면서도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고, 내용도 녹록치 않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 단지 저자가 1943년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이었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에게 노벨상 메달을 보냈고, 심지어 히틀러가 인류애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며 찬사를 썼던 인물이었다는 점은 잘 생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