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삼성이나 LG만큼 유명한 한국계 기업 중 하나가 H마트가 아닐까 싶다. 유학생이나 미국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H마트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공식적으로는 동아시아식품 전문 슈퍼마켓이라고는 하나 한국의 마켓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라면, 김치, 한국 쌀부터 시작해서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먹거리를 다 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마트 한켠에는 한국음식(한식 뿐만 아니라 한국식 중식이나 일식 등을 포함한)을 파는 푸드코트도 있기에 한국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H마트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미국에서 1년정도 지내본적이 있는데 H마트가 없는 삶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 한가지 신기한 점은 한국에 돌아와서 훨씬 더 한국 식료품들이 넘처나는 대형 마트들이 근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서 낡은 느낌도 들었던 H마트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거에 대한 미화일 수도 있지만 한국 마트에서 파는 대기업 김치보다 H마트에서 켈리포이아산 배추로 히스패닉 종업원이 만든 김치가 더 맛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의 다양한 기억들 중에서 음식과 연계된 기억만큼 강렬하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이 없다보니까 H마트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H마트에서울다'는 한국계 어머니를 둔 작가가 어머니를 암으로 잃기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책 도입부에서 장을 보기 위해 매주 가는 H마트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게 되는 본인의 심정을 H마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묘사와 함께 서술하고 있다. 작가가 H마트에서 경험한 식재료와 음식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면 나는 작가의 글을 통해 내가 경험했던 H마트의 기억이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사는 미국이라는 사회 내에서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사람에 불과했던 내가 한국사람임을 느낄 수 있던 장소가 H마트였다면 작가는 자신의 한국인으로써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교차하는 장소가 H마트였던 것 같다. 물론 이 책은 어머니와 딸에 대한 이야기로 여러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H마트에 대한 묘사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