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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5.0
  • 조회 356
  • 작성일 2024-12-02
  • 작성자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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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루키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너무나 유명하고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상실의 시대" 였다. 대학생 시절이었고, 군대 제대 후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 지 몰라 막막하던 시절이었고, 세상과 나 자신에 대한 평가와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상실의 시대는 책을 펼치자 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었고, 지금까지 3번 이상은 다시 읽었다. 그리고 하루키 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하루키 소설의 모호함과 애매함 그리고 불확실함과 환상적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지금도 변함은 없기에 이번에도 다시 하루키 소설을 찾았다.

하루키는 이 책을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한 무렵의 80년 초반에 중편소설로 내놓았고, 이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개작한 이후, 다시 40년이 지나 이 책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으로 다시 개작을 한 작품이다. 이랬던 이유는 작가 자신이 평생에 걸쳐 가슴에 담아둘 만큼 이 책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렸다고 말하는데, 하루키는 이 책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작품의 덮어쓰기가 아니라 축적이 되는 형태로 상호보완적인 작품으로 존재하길 바랐던 것도 같다. 마치 그 벽을 허물고 진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소설에는 '나'와 '너'라고 표현되는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나'와 '너'는 확실한 사랑의 감정을 갖고 있으나 가벼운 입맞춤과 손을 잡는 것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않고 주인공도 왠지 그래야만 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거나 그것은 나중의 일이라고 느끼곤 했고 '너'는 지금 당장 어쩔 수 없다고 편지를 한다.

​이러한 표현은 책의 2부에 등장하는 카페 주인인 30대 중반의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주인공은 10대 후반의 대체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과 상실로 모든 것을 소진한 것 같은 감정으로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었고, 꿈속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도서관에서 관장 일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카페 주인을 만나게 되고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너'와 이유는 다르지만 그녀 역시 주인공과 육체적인 관계는 할 수 없게 된다. 카페 주인은 아주 단단한 속옷을 입고 있는데 이것은 어떤 벽을 상징하는 것과도 같다. 외부에서 오는 것을 막는 것이라기 보다 내면의 안정을 위한 단단한 벽...


이처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은 어떤 것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움직이고 형태가 변형하며 아주 견고하지만 그 존재가 불확실한 벽처럼, 등장인물 대다수도 그 존재가 불확실하다. 롱 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전임 도서관 관장이었던 '고야스'는 이미 죽은 인물이지만 때때로 도서관에 등장하여 주인공과 내면 깊숙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현실 세계라고 표현되는 곳에 있다가 주인공의 이야기로 인해 불확실한 벽이 있는 '그 도시'로 가게 된다. 이런 구조는 하루키의 전 소설인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상당히 가져온 듯하다.

등장인물의 경계의 모호성은 이 인물들이 애초에 한 인물이 다양한 형태와 시간의 초월성으로 인해 여러 등장인물로 표현된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된다. 그렇기 때문에 벽 안의 도시와 관련되는 등장인물의 대부분은 이름이 없다. 주인공도 '나'라는 표현 말고는 이름이 없는 채로 소설 끝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너'는 주인공인 '나'에게 '너의 전부가 되고 싶어'라고 1부에서 자주 얘기한다. 그리고 '고야스'는 비슷한 상실의 아픔을 가진 등장인물로서 미래의 '나' 혹은 다른 선택지의 또 다른 '나'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으며,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벽 안의 도시에서 주인공의 귀를 깨무는 동시에 주인공과 한 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고야스의 도서관 관장 자리를 이어 받고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주인공의 '꿈을 읽는 자'의 자리를 대신하는 형태로 이 인물들의 경계의 모호성과 일체성의 연결 고리가 완성된다.

이런 현실과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를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아주 재밌게 풀어내는 하루키의 능력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과 나 그리고 너의 모호함은 그 경계가 과연 어디까지일까 ? 어디부터 경계가 사라지고 명확한 구분이 될 수 있을까?
답을 찾지는 못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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