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나라, 켈름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켈름은 평범한 바보들의 나라다.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주민들이 헐벗게 되는 위기가 찾아온다. 황소 그루남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웃나라와 전쟁을 일으키지만, 전쟁에 지게되어 켈름을 더 큰 곤궁에 빠뜨린다.
그러자 혁명당 당수 부넴포크리카가 반란을 일으켜 켈름을 지배한다. 부넴포크라는 켈름을 위기에서 구한다는 명분으로 화폐를 없애버리는데, 물건을 살 수 없게 된 시민들은 분노하여 부넴포크라를 내쫓는다.
그 틈을 타 도둑 파이텔이 켈름을 지배한다. 도둑 출신인 파이텔은 도둑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절도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라고 선언하고, 자신이 처음 소매치기한 날을 국경일로 정한다. 그 역시 군중을 선동해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키다 쫓겨난다. 그리고 마침내 여성들이 정부를 맡아 운영한다.
어리석은 지도자들로 인하여 켈름이 혼란스러워진 시기에도 시인 제켈은 지도자들의 공덕을 기리는 송시를 짓는다. 지도자들이 바뀔 때 마다 그에 걸맞은 송시를 짓느라 여념이 없다. 여러 가지 소동과 믿음직스럽지 못한 지도자들이 있는 겔름 마을의 이야기는 흡사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연상시킨다.
우선 전쟁을 일으킨 그루남과 파이텔은 군국주의와 전쟁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지도자의 야욕을 연상시킨다. 한 예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공습했지만,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패권주의로 인한 것임이 드러났다. 이라크에 실재 대량살상 무기는 없었고 그 전쟁으로 말미암아 미국의 중동에 대한 패권만 넓어졌다.
시인 제켈은 혼란스러운 시기에 여기에 붙고 저기에 붙는 기회주의자를 연상시킨다. 현대사회에서도 미디어와 매체는 지배 권력에 아부하고 그들의 지배질서에 힘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지켈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책의 제목은 바보들의 나라였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자신의 입장에서 정치하려는 정치인, 나라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일을 벌이지만 도리어 나라에 해를 입히는 위정자, 지배권력에 아첨하는 미디어까지, 바보들의 나라라고 하는 켈름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과연 우리는 켈름을 비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