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는 정복자로서 유명하다. 인물은 기억하나 그 시대와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진 못한다. 이 책은 기원전 5세기 즈음부터 기원후 1세기까지의 에게해, 지중해, 소아시아 근방에서 이뤄졌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오천년의 역사에서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다는 필멸의 운명을 비껴간 것은 없었다. 그런 문명과 제국이 남긴 유적 앞에서 느끼는 비애야말로 역사를 배워야 하는 동인이다.
예컨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라는 격렬한 투쟁 속에서 수많은 작은 폴리스들이 똑같이 멸망을 향해 내달았다. 역사는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잔인한 현실이다. 에게해를 무대로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같은 제국의 투쟁은 계속 있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강대국인 미국과 지역 강국을 넘어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한 중국, 두 나라의 충돌은 불가피한 숙명으로 막 시작됐다. 이제 우리는 더욱 현명해져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정확하게 끼어있기 때문이다. 주연급 조연인 일본의 전략적 입장은 명확하고 단순하다. 일본은 한때 짧은 기간이나마 아시아를 지배했던 제국이었고, 그때의 경험을 통해 제국이 가진 힘의 근원과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처지는 일본보다 복잡하다. 우리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작동 원리에 무관심하고, 제국들의 힘과 의도에 무지하다. 여기에 북한이라는 변수가 불확실성을 배가시킨다.
이 나라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소수의 지배로 나라가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았다. 고통은 오로지 남겨진 자의 몫이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인 우리가 현명해야 리더도 나아진다. 그래야 이 비정한 투쟁의 시기에 살아남고, 100년 전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공공연히 스스로가 아시아의 일원이라고 천명하며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아시아 전체를 두고 더 큰 그림을 그려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고 있다. 역사는 마치 델포이의 신탁 같아서 우리에게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방향을 제시한다. 그 해석과 실행은 우리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