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가 유익하다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해본적은 없었는데, 단순히 좋은 문구를 모아서 베껴 쓰는 개념이 아니라 필사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단계별로 제시되어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동서고금의 아름답고 지혜로운 문장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박경리의 <토지>, 프랑수아즈 사강의 <패배의 신호>,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등 저자가 고심해서 고른 책과 그 속의 문장, 문단들을 한 자 한 자 손으로 눌러 쓰고 마음으로 읽고 눈으로 담다 보니 너무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유선경 작가는 3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다는데 이 필사책 외에도 어휘력 관련된 다른 책들도 많았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따로 어휘를 외운다던가 어휘력을 키우는 수고를 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최근에 육아하면서 아이들 동화책을 읽어주며 새로운 표현이나 색다른 어휘들을 접하면서 내가 외국어가 아니고 한글의 어휘나 문장도 풍부하지 못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좀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실생활에서 효율적이고 즐거운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어휘력은 감정의 말, 행동을 해석하고 싶은 욕구만큼, 그래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는다고 한다. 어른들에게도 이런 책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이따금 빤히 아는 낱말인데 소리 내어 말하거나 손으로 쓸 때 새삼 낯설게 느낀 경험이 있다. 저자는 아는데 막상 말이나 글로 사용하려니 어색하다면 듣고 보기는 했어도 입이나 손과 같이 몸을 써 사용한 경험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과 함께 문장을 눈으로 읽고,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보고, 손으로 종이에 옮겨 쓰면서 필사하다보면 자기만의 재료로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경험이 된다. 이 책은 특히 필사 하기 쉽도록 양장본으로 되어 자기만의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지면도 마련되어 있어 좋았다.
필사를 통해 어휘력도 늘리고 좋은 문장을 접하고 이를 통해 좋은 책도 다시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그로써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표현력도 기를 수 있게 되어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