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7차 교육과정에서 고2때 자연계열을 선택하여 지리과목을 수강한 적이 없다. 세계사는 그래도 좀 읽어봤지만 세계지리에 관한 책은 거의 읽어보지 않아서 부끄럽지만 각 국가의 위치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세계사 책을 읽으면서 구글맵을 조금씩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어서 아쉬울 때가 많았다.
그렇게 내가 처음 접한 지리 관련 책은 바로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이었다. 책을 덮고난 후 내가 제일 처음 한 일은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지리의 힘 2'를 자비로 구입한 것이고, '지리의 힘'은 내 책꽂이의 중요한 책 가운데에 당당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 책을 고른 나의 선택이 아주 탁월했음을 흐뭇해하며 말이다.
지리의 힘은 유럽, 러시아, 미국, 인도, 중동, 한국과 일본 등 세계의 국가를 몇개의 덩어리로 나누어 설명한다. 각 국가들의 역사를 살짝씩 이야기하며 그 지역이 가진 지리적 특색을 세계사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국의 문제상황과 연결지어 설명한다. 중국은 왜 티베트를 포기하지 못하는지,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집착하는 이유, 서유럽이 발전할 수 있었던 토대,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들을 지정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복잡하던 세계의 분쟁 상황들과 각국의 역학관계가 지정학적 관점에서는 꽤나 명쾌하게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인 팀 마샬이 영국인의 관점에서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재미있었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교과서에서는 한국의 위치가 '동북아로의 진출 관문'이라는 9글자의 단순한 언어로 설명했다면, 지리의 힘에서는 십몇페이지를 할애하여 한국이 가지는 위치적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더욱 재밌는 것은 한국 젊은이들은 '헬조선','이생망' 등 온갖 비관적인 언어로 한국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팀마샬의 지리의 힘을 읽으며 세계 전체의 현안을 아주 얕게라도 둘러보고 나니 모두가 다 힘든 상황인 것이다. 오히려 우리의 상황이 그나마 버틸만 한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주변에도 이 책을 강력 추천할만큼 재미도 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