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에 유발하라리의 대표작인 사피엔스를 읽었었다. 인간은 민족, 종교, 국가 등 허구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지구에서 가장 우위를 점하는 종이 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아주 파격적이고 신선했다. 사피엔스가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열한 책이라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탈세계화, 전쟁, 교육 등 주제별로 저자의 생각을 병렬식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재미있는건 21가지 주제가 모두 연관성을 갖고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사실 나는 모든 책을 읽을때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지, 무엇을 준비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읽는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아주 암울하고도 걱정이 많아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정보통신과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종이 탄생할 것이라고 한다. 데이터라는 자본을 소유한 자들은 엄청난 부를 갖게 될 것이고, 그 부를 자신의 노화의 지연, 지능의 개선 등에 투자하다보면 어느새 평범한 사피엔스와는 다른 종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말이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이미 그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만 해도 의대, 서울대 진학생의 대다수가 강남출신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새로운 종의 탄생의 현실화를 실감하게 된다. 더욱 암울한 것은 남아있는 사피엔스는 결국 사회와 동떨어진, 전혀 무관한 사람들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은 경제활동에 참여하며 다양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결국 미래사회에서 단순노동으로 점철된 일자리가 소멸되며 일자를 잃을 것이고, 기본소득을 통해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국가는 이런 무용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정책, 사회간접자본 등에 대한 투자를 꺼리며 결국 엄청난 양극화를 가져오게 된다는 말이다. 정말 공감하고 싶지 않은데, 비판적인 책읽기를 하고 싶은데, 이에 대해 반박할 수가 없었다. 현재 우리 삶에서 일부 실현되는 이야기들이라 이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치면 무서울 뿐이었다.
마지막에 저자는 교육 등에 대한 이야기로 희망을 이야기했지만 희망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알고 대비하는 것과 모르고 손놓고 있는 것은 아주 작을 지라도 유의미한 차이와 결과를 만들어낼테니까. 유발하라리의 3부작 완결이라는 호모데우스까지 읽고 나서 정말 뭘 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