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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천국
5.0
  • 조회 357
  • 작성일 2024-12-10
  • 작성자 정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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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견디고 맞서고 이겨내려는 인간의 마지막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자기 삶의 가치라 여기는 것에 대한 추구의 이야기기도 하다.
종종 야성을 잃어가는 시대에 사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 자체를 조롱하거나, 가치를 부정하거나 포기하는 흐름이 읽히기도 한다. 그렇긴 하나 우리는 사회적 존재인 동시에 개별적 존재다.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은 개별적 존재로서 나는 내 삶의 실행자인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편리를 담보하는 기술을 넘어 예술과 철학의 영역에까지 진출한 과학기술을 목도하며, 우리는 “과학은 후진이 불가능해. 그저 도착하기로 예정된 곳에 도착한 것뿐”이라는 작중 인물의 대사가 이 시대를 관통하는 문장임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인간성에 대한 막연한 낙관이나 고평가 없이 이 시대를 표표히 마주한 작가는 “뭐든 할 수 있으며 아무도 죽지 않는 불멸의 삶에 대해. 결핍이나 불운, 갈등 같은 골칫거리가 없는 세상에 대해”, 그 아득한 미래에 대한 상상을 멈추지 않는다. 두려움 없이 상상을 끝까지 밀고 나간 작가는 문학만이 도달할 수 있는 아득한 영토에서 뜨겁게 손에 쥐어진 하나의 인간성을 마주한다.

소설 속 가상현실 롤라의 세계는 이 세계에 대한 거대한 비유다. 그러나 인간성은 영원히 아케이드 속을 헤매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작가는 ‘드림시어터’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 인간은 영원 속에서도 유희를 찾는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마주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신에 대한 가장 엄정한 방식의 드림시어터를 설계하고자 하는 경주의 욕망은 의미심장하다.

나는 경주를 오독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의식이라는 외피에 가려진 ‘무엇’이었다. 동생의 죽음으로 벼랑 끝에 몰렸을 때 그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구원하려 했는지 기억했다면, 가슴에 칼이 박히는 찰나에 기어코 상대의 눈에 젓가락을 찔러넣은 걸 기억했다면 나는 사전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의 본성에 웅크리고 있는 ‘무엇’이 무엇인지.

어떤 설계도 없는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욕망. 그 날것의 세계에 뛰어들어 맞서보려는 욕망. 끝내 제 운명과 씨름하여 이겨내고자 하는 욕망. 인간 욕망의 끝에서 작가가 마주한 것은 바로 이 펄펄 끓어오르는 야성이다. 두꺼운 유빙 아래의 추운 심해에서, 뜨거운 사막의 태양 아래서 정유정이 길어 올린 것은 골수를 쪼갤 듯 날카롭고 압도적이며 뜨겁다. ‘욕망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 이토록 선연한 이유다.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은 개별적 존재로서 나는 내 삶의 실행자인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유전자에 태초의 야성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우리 삶의 소중한 무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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