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여는 글에서는 1994년 터키 남동부에서 괴베클리 테페라는 신석기 시대 유적이 발견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오로지 인간의 노동력 만으로 지어진 이 건축물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인류의 농업 혁명 이전에 지어졌다는 점 때문이다. 수렵, 채집의 시기가 지나고 농업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한 지역에 머물러 살게 되어 자연스럽게 도시가 생겨난 것이라고 학창 시절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이 유적지가 발견되면서 기존의 정설 과는 다르게 종교적인 건축물을 필요에 의해 짓고 이로 인해 한 곳에 모여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농업이 시작되었다는 이론이 등장하게 된다. 저자인 유현준 교수는 비단 아주 오래 전 건축물 뿐 만이 아니라 우리고 살고 있는 곳의 건축을 자세하게 들여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건축은 인간의 3대 기본 본능적 행위 중 하나 이자 본질을 반영하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건축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할 수 있고 삶의 다양한 형태를 그려 볼 수 있는 것이다.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고 있는 유현준 교수가 풀어가는 도시와 건축 이야기는 반드시 전공자가 아니어도 일반인 누구나 편안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전반을 이루고 있다. 단순히 회색빛 주거 공간인 아파트와 서울의 상상 초월의 집값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흥미로운 도시와 건축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미덕일 것이다. 대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 대부분 아주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그 곳에서 머물며 뿌리를 내리게 된다. 회색빛 공간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 역시, 조금만 들여다보고 천천히 살펴보면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매력적인 도시를 사람을 위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더 아름답고 편안하게 뿌리 내리며 살아갈 수 있는 곳을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지혜를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도시와 건축 그리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내가는 저자의 여정을 조용히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