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공지사항 FAQ QnA
  • New Arrival
  • BestBooks
  • Category
  • Book Cafe
  • My Books
  • 후기공유
  • 읽고 싶은 책 요청
고도를 기다리며:개정판(문예세계문학선 78)
5.0
  • 조회 348
  • 작성일 2024-12-13
  • 작성자 조하연
0 0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단순한 구성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무의미를 깊이 탐구하는 작품이다. 두 남자,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황량한 무대 위에서 ‘고도’라는 인물을 기다리며 끝없이 대화를 나누고, 작은 행위를 반복한다. 하지만 고도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이야기는 어디로도 나아가지 않으며, 독자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묘한 공허감과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 당황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는 때로 유머러스하지만 대개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작품의 독창성과 메시지가 빛을 발한다. 기다림이라는 행위 자체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베케트는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투영해 보여준다. 우리 역시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리며 살아간다. 어떤 이는 성공을, 어떤 이는 사랑을, 또 다른 이는 삶의 의미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 실현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며,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기다림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관계다. 그들은 마치 서로를 의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다투고, 서로를 떠나지 못한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이유는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기다림을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외롭기 때문일까? 둘 사이의 관계는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고독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또한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포조와 럭키의 관계 역시 인상적이다. 포조는 럭키를 지배하고, 럭키는 포조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복종한다. 이 둘의 관계는 단순히 권력 구조를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 관계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지배자가 되고, 누군가는 피지배자가 되는 이 관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포조가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고 럭키가 무너지는 장면은 이 관계의 허무함과 비극성을 보여준다. 결국, 지배와 복종이라는 구조조차도 삶의 무의미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단순히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삶의 일상적인 모습과 인간 존재의 부조리를 극적으로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그 기다림은 정말 의미가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작품을 읽는 동안에도,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읽고 나면 마냥 우울해질 수도 있다. 작품은 희망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조리한 세계에서도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계속 기다리기로 결심하는 모습은 묘한 감동을 준다. 그들의 기다림은 끝없이 반복되며 무의미해 보이지만, 그 자체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된다. 결국 이 작품은 삶의 부조리 속에서도 살아가야 한다는 인간의 끈질긴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등록
도서 대출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취소 확인
알림
내용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