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곧바로 든 생각은 너무 두껍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 두꺼운 책들이 꽤 많았지만 단권으로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은 적은 몇 번 없었기에 독서를 시작하면서 이 책은 과연 얼마나 긴 서사를 다루고 있기에 이렇게 분량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막상 이 책을 천천히 읽어가면서 보니 각 파트별로 정확히 내용이 독립적으로 기술되어 있으며 아무리 유심히 보고 또 생각을 해보아도 각 단락간의 연계성,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나열, 인과관계 등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각 파트별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제법 흥미롭고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들이라 가독성 좋게 읽어내려갈 수는 있었지만 그럴수록 이 책의 저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더욱 불분명했고, 궁금증만 더 유발될 따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절반을 넘어가며 문득 들었던 생각은 이 책의 저자는 다른 누구보다도 이 책의 제목, 즉 방랑자들의 입장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반 장편소설처럼 시간의 흐름에 또는 인과관계 등에 따라 서술했다고 하더라도 작가의 필력을 고려하면 분명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긴 했겠지만, 이 책을 통해 노벨문학상까지 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또한 중간중간에 종교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을 소신있게 서술한 점이나, 당시 성행했던 호기심의 방 등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너무도 순수하게 표현한 부분들을 보면서 이 책의 저자인 올가 토카르추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순수한 내면을 생생하게 표현한 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종교나 사회이슈에 대해 본인의 사견을 밝히는 것은 일정부분 반대편의 반발을 사게 마련인데, 이 책의 저자는 너무나도 순수하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언급하다보니, 개신교 신자인 나로서도 크게 불쾌한 느낌보다는 그냥 생각이 다르다는 느낌을 가지고 순순히 다음 장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일상에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에 대해 순수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