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이 나온 지 벌써 15년이 흘렀지만 이 소설 『모순』은 아주 특별한 길을 걷고 있다. 그때 20대였던 독자들은 지금 결혼을 하고 30대가 되어서도 가끔씩 『모순』을 꺼내 다시 읽는다고 했다. 다시 읽을 때마다 전에는 몰랐던 소설 속 행간의 의미를 깨우치거나 세월의 힘이 알려준 다른 해석에 놀라면서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책 한 권”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모순』이 특별한 것은 대다수의 독자들이 한 번만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두 번, 혹은 세 번 이상 되풀이 읽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모순』을 열 번도 더 읽었다는 블로그 독후감도 종종 만난다. 열성 독자들은 끊임없이 소설 속 문장들을 기록하고 전달하고 반추하며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 소설이 지금까지 132쇄를 찍으면서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힘은 참 불가사의하다.
최근 양귀자 소설의 모든 저작권을 양도받은 도서출판 「쓰다」는 새로이 『모순』의 개정판을 내면서 그런 독자들을 가장 염두에 두었다.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는 책, 진정한 내 인생의 책으로 소유할 수 있는 책이 되고자 세련된 양장본으로 독자와 만난다.
새삼스런 강조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마찬가지다. 풍요의 뒷면을 들추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가 숨어있다. 하나의 표제어에 덧붙여지는 반대어는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의 이름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에게 말한다. 자신의 인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가라고. 되어가는 대로 놓아두지 말고 적절한 순간이 오면 과감하게 삶의 방향키를 돌릴 준비를 하면서 살라고.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라고.
주인공 안진진의 나이가 스물다섯인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삶에 대해 방관하고 냉소하기를 일삼으며’, ‘삶이란 것을 놓고 진지하게 대차대조표를 작성해본 적도 없이 무작정 손가락 사이로 인생을 흘려보내고 있는’ 주인공의 진지한 자기 검열에 수많은 이십대 독자들이 공감하고 자신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독후감을 남기고 있으니 『모순』은 소설이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