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물리학자이자 과학저널리스트인 슈테판 클라인은 “이기주의자가 단기적으로 볼 때는 훨씬 잘사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이타주의자가 훨씬 앞서간다”고 주장한다. “착한 사람은 늘 당하고, 피해만 본다.” 자신보다 남을 위하는 누군가를 만날 때 너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거드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현명한 이타주의자>는 이런 보통 사람들의 생각에 반기를 든 것이다. 슈테판 클라인은 뇌과학, 경제학, 사회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의 실험 결과를 들면서 ‘이기심이 만연한 세상을 포용하는 이타주의자의 삶’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 설명한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도 더 전에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 삶에는 타인의 행복도 포함된다”고 추정했다. 당시엔 그조차 이를 증명하지 못했지만, 현대의 경험주의 연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뇌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남을 돕고 관용을 베풀 때 초콜릿을 먹거나 성행위를 할 때 활성화되는 두뇌 회로가 자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오피오이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의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심장 순환계 질병뿐 아니라 감염 질환 발생 가능성도 줄여준다. 이타주의자가 이기주의자보다 더 자주 행복감을 느끼고, 훨씬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얘기다. 모든 문화권에서 임신과 출산의 부담을 안고도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도 꼽힌다.
그렇다고 단순히 지금 당장 큰 만족감을 느끼거나 장수하기 위해 이타주의자가 되란 건 아니다. 저자는 “미래는 (결국) 이타주의자의 것”이라고 말한다. 자원보다 정보에 가치를 두는 경제에선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협력해야 하지만, 가장 값진 생산재인 지식은 아무리 나눠도 줄어들지 않고 나눌수록 더 유용해진다. 결국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서 이득을 얻는 시대와 달리 미래엔 자신의 정보를 나누고, 이타심을 발휘하는 사람일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단 의미다. “그런 세상에서 제 잇속 차리기에 바쁜 사람은 분명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란 게 저자의 통찰이다. 즉, 우리의 믿음과 달리 남을 돕고 사는 것이 나를 위해 훨씬 유익하다는 진리를 우리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