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받은 이미상 작가의 작가노트에서 나오는 '일기같은 소설'과 '일기에 가까워지려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맞물려서 흥미로웠다. 다만 "어떤 효과를 내기 위해 악착같이 글을 오리고 배치하는 소설"이라거나 "작가의 가치관에 따라 엄선했을 단어들의 연쇄를 보면 빡빡한 박음질이 떠올라 징그럽다, 질린다 싶다"같은 말은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을 너무 폄하하는 느낌이라 좀 불편했다.
그리고 모든 작가노트들이 너무 길고 상세하여, 본의아니게 알고 싶지 않았던 작가에게 내밀하게 다가가는 느낌이라 이 또한 조금 불편했다.
(각 작품에는 작가노트와 비평가들의 비평이 실려있는데 어릴 때부터 생각한 거지만 비평을 쓰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비평가들은 나같은 사람이 쓴 글도 얼마든지 분석해 비평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미상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 모래 고모를 독차지 하고 싶었던 목경과, 모래 고모와 친하지 않으면서도 고모가 딸처럼 여긴 목경의 언니 무경에 대한 이야기. 대상답게 재미있고 또 나조차도 알 수 있는 모래 고모가 생각하고 경험하고 견뎌내야만 했던 것들에 대한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무경에 대한 얘기가 너무 적어서 좀 아쉬웠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일기에 가깝게 쓰여졌느냐 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김멜라 "제 꿈 꾸세요"
: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내가 깨어난다면 나의 가이드는 어떤 모습일 것이며 나와 무엇을 하고 누구를 찾아갈 것인가?
성혜령 "젊은 근희의 행진"
: 재밌었다. 작가님은 자신과 도무지 다른 타입의 동생(비트를 만드는 유튜버)을 이해해보려 이 글을 쓰셨다는데 정말로 이해하셨을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꼭 이해가 필요할까? 당연히 어렵겠지만 이해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여보고자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정선임 "요카타"
: 말끝마다 요카타를 붙이는, 100살의 서연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내가 원하는 작가 노트는 바로 이분의 것이다. 오롯이 작품에 대한 것.
함윤이 "자개장의 용도"
: 너무 판타지의 영역으로 가버린 듯한 작품이었다. 4대째 내려오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개장에 대한 이야기. 다만 돌아오는 것은 알아서 해야 한다. 나니아연대기가 자꾸 떠올라서 아니 저 자개장을 이렇게밖에 못 쓴다니 + 하지만 출국 기록이 없는데 입국을 어떻게 하지 같은 생각으로 괴로웠다...
현호정 "연필 샌드위치"
: 주인공이 꿈에서 연필 샌드위치를 만들고 먹는 표현들이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 답답하고 토할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읽는 내내 괴로웠던 작품. 섭식장애와 거식장애를 앓는 할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전달력이 아주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자꾸 긴 주석이 나오는 형식이 영 낯설어서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