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아픈 기억과 마음의 얼룩을 지워주고 구겨진 마음을 다려주는 세탁소이다. '지은'이라고 스스로를 이름 붙인 백만 번째 다시 태어난 능력자, 마법사, 요정을 어떻게 칭해야 할지 모를 존재가 등장해서 저마다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에서는 살면서 받는 아픔과 상처를 얼룩과 나이테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마음 속에 깊이 묻어둔 상처나 아픔을 얼룩으로 남겨둘 것인지 마음의 나이테가 되도록 할 것인지는 결국 나의 선택인 것이다.
책에서는 다양한 아픔과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특히 더 기억에 남고 마음이 아팠던 사연은 연자씨의 사연이다. 어린 아이를 홀로 두고 혹시라도 잃어버릴까 밖에서 문을 잠그고 아이 혼자 두고 돈을 벌러 나갈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갔을까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었다.
게다가 연자씨의 어린 시절 회상 장면은 나도 모르게 눈물을 머금고 읽게 되었는데 자신을 곱게 입혀서 기차역에서 기다리라던 어머니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 다섯 살이 어린아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직감적으로 어머니가 자신을 두고 가려고 한다는 것을 알면서 차마 잡지 못하고 기다리다 돌아온 엄마에게 안겨 내내 참고 있던 소변이 터지는 순간까지. 읽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아프고 그런 상황 속에 있는 어린 시절의 연자씨와 그녀의 어머니가 안쓰러웠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고 모든 아픔과 상처를 지우지 않고 오히려 품고가려는 그 마음과 결정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좋은 걸 알지 않겠냐는 말은 힘든 순간도 있기에 좋은 순간이 더 빛나보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등장인물들이 지은을 만나 마음 속 상처와 아픔을 지우든, 간직하든, 흐릿하게 만들든 저마다의 선택대로 치유되고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도 뭔가 개운해짐을 느꼈다.
책 속에서 말하는 빛과 어둠이 이어져있고 기쁨과 슬픔도 함께 오듯이 행복한 일이 있다고 마냥 행복할 것은 아니며 힘든 일이 있다고 해서 마냥 힘들기만 할 것은 아니라는 사실, 그저 지금 현재에 충실하면서 기꺼이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잘 버티고 이겨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