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대부분의 평가는 아마도 '새롭다'거나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등의 표현이 많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내가 한국사를 읽고 접하는 시각이 편협했던 것인지 아니면 치우친 교육을 받아온 탓인지 그런 측면이 있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을 접하게 되었다는 것은 공통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시점의 책을 진부한 관점에서 읽으면 안되는 데 하는 걱정을 하게 된 것은 덤이다.
백일동안 동굴 안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버텨 여자로 환생한 곰은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다. (삼국유사 버전) 저자는 묻는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은 호랑이 보다 곰을 숭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그렇다면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의 형상이 아닌 곰의 형상으로 한반도 형상 해석을 했어야 않았을까 말이다.
중국 한나라 무제 때 설치되었다는 한사군의 위치와 관련해서 만주 어딘가와 한반도 내 어딘가라는 의견으로 나뉘어져있다고 한다.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민족의 자존심과 연결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반도 바깥에 있어야 고조선의 중심은 만주가 되고, 우리 고대사의 영역도 확장된다고 보는 것이다. 한사군 연구가 일제 강점기에 시작되었다는 점 때문에 한반도설은 식민사학의 잔재라는 비판도 있다. 낙랑군의 위치가 한반도 근처임을 알게 해주는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고 있어 한반도설은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누구는 민족적 자긍심 등을 말하며 만주설을 지지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우리의 것을 지키는 것은 맞지만 우리가 그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민족의 긍지를 지켜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내게 유리한 것도 불리한 것도 다 역사의 일부이고 우리는 역사 앞에 진실해야 한기 때문이다.
경제의 흐름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재미있다. 언제부터 서울 (조선시대 한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시작되었을까? 그 이전 지금 TK라고 불리는 경북지역이 이와 같았다고 하는데 이후 서울은 청~조선~일본으로 이어지는 중계무역의 중간지로 발전하게 되면서 위상의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무역 중심지로 돈이 모이고, 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과 정보가 모이고, 그러면서 문화의 중심이 되어갔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시기 쯤에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라는 말이 나왔는 지도 모른다. 사람, 정보, 돈이 모인 곳에 문화가 발전하고 교육이 발전하고 사람들이 그 곳을 선호하고 점점 더 사람이 많이 모이니 집 값도 오르고 그렇게 되는 것이다.
기후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와 민족이 겪은 역사에 대한 부분도 재미있다. 4~5세기 경 한랭기후는 유럽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해진 북쪽의 훈족이 남하함에 따라 게르만족이 밀려내려가고 이에 따라 서로마가 망하는 사건이 발생되었다. 당시의 한반도는 삼국시대로 고구려는 장수왕. 만주 주변이 기후 영향으로 황무지가 되어버렸을 상황에서 장수왕의 선택은 남쪽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알려준다.
또 다른 역사로는 18세기 무렵의 소빙하기라고 불리는 시기이겠다. 경신대기근이라고 거의 1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굶어죽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그 시기는 기후로 인해 가뭄과 한해가 반복되던 시기였단다. 이런 기근을 해소하기 위해 조선의 현종은 대동법의 시범 실시를 시작했고, 숙종에 이르러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요사이 일본 규슈 남부 난카이트로프의 대지진 발생 가능성 경고로 인해 난리도 아니다. 1707년에 이 지역 지진의 여파로 후지산이 분화 (호메이 대분화)했단다. 소빙하기를 맞은데다 이런 지진의 여파로 화산재로 날리고 했으니 참 힘든 시기였겠다 싶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은 그렇게 남일만은 아닌 것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들이 새로운 발견을 담은 것은 아니다. 이미 학계에서 검증된 사실들에 기후와 환경, 경제, 지정학 등을 조금 첨가해 엮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독자들에게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세계사의 틀'에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조망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